미국과 영국군은 첫날 제한적 공습을 펼쳤으나 곧 파상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담 후세인 대통령 처리를 위해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이미 이라크에 진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격 감행에 대한 세계적 비난 여론은 개전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델타포스 진입=미 육군의 대(對)테러 부대인 ‘델타포스’ 요원들이 몇 주일 전 이라크에 잠입했으며 후세인 대통령 사살 및 체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미 국방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수년 간 훈련을 받아온 306명의 최정예 요원들이 후세인 대통령과 두 아들, 또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이라크의 고위 지도자 10여명을 찾아내 사살하거나 체포하라는 임무를 받았으며, 19일 밤 바그다드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침투를 위해 이동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델타포스 요원들은 헬기로 목표 지점에 낙하한 후 후세인 대통령을 발견하면 체포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사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제거 목표 제1호인 후세인 대통령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CIA 특수요원들은 이라크 전역에 있는 대통령궁들을 감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첩보위성들은 후세인 대통령의 은신처로 쓰일 만한 장소를 촬영해 미국에 전송하고 있다.
▽예상밖 제한공격=초기 공습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공습은 대체적인 예상대로 최후 통첩 시한이 1시간30분 정도 지나 시작됐으나 그 규모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수 차례 공언했던 ‘충격과 공포’에는 미치지 못하는 제한적 폭격이었던 것.
미군은 첫날 공습에서 남부 군사기지와 바그다드 시내 목표물에 대해 모두 60기 정도의 크루즈 미사일 및 유도탄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초기 일거에 3000여발을 쏟아 부을 것이란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이 같은 제한적 공습은 첫째, 미국의 공습 우선순위가 ‘환부를 도려내듯’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지도부의 제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CNN방송 등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 관리들로부터 이라크 지도부가 아직 바그다드에 남아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공격명령을 내렸다고 전하고 있다.
제한공습은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는 한편 이라크 병사들의 항전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심리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의 향후 공습 양상은 이번 공습의 효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정 목표물이 타격을 입지 않았을 경우 당초 계획한 대규모 파상 공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상군이 진격하기 전 어떤 식으로든 ‘초토화 공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 비난 고조=미국이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20일 미국의 공격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시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날 오전 미사에서 평화와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밝혔다.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이라크 전쟁은 이치에 맞지 않고 부도덕하며 사악한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세계물포럼(WWF)’에 참석중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소련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쟁은 미국 정부의 크나큰 정치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항의하는 반전(反戰)시위도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미국의 군사행동을 규탄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반전 시위가 이어졌고 이탈리아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로마의 미국대사관을 향해 행진을 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그리스에서는 10만여명의 시민이 미국에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아테네 시내를 행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부시는 지옥에 가라’는 피켓을 들고 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