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쿠엘류 시대를 알리는 한국 태극전사들이 다시 모였다.
문득 2년 전 대한축구협회가 만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방문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 때 나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피지컬트레이너가 한국 대표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을 지켜봤다. 히딩크 감독은 전선 최전방에 투입될 군인들을 조련하듯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그는 “선수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을 대적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당신은 인간의 본성을 바꾸려고 한다. 선수들의 경기 방식과 삶의 스타일, 본능까지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2월드컵은 누가 옳았는지를 보여줬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과 방식을 선수들에게 주입시켰다. 그 결과 선수들은 ‘싸움닭’으로 변신해 어떤 아시아 국가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성취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의 승리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노하우를 한국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물론 환상적인 지원도 등에 업었다. 길거리와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백만 팬들, 그들이 만들어낸 응원 분위기가 선수들의 능력을 10%는 더 발휘하게 했다. 그 출발점은 폴란드와 예선 첫 경기가 벌어진 부산이었다. 바로 그 부산에서 쿠엘류 감독이 29일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국대표팀 사령탑 임무를 시작한다.
이제 여러분들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난해 6월 보여준 것과 똑같은 열정과 흥분, 믿음으로 다시 한번 불타오를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은 쿠엘류 감독과 그를 보좌할 3명의 코치, 포르투갈 피지컬트레이너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히딩크 감독은 PSV 아인트호벤으로 되돌아갔고 한국 대표팀의 버팀목 홍명보와 황선홍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던 송종국은 페예노르트에서 새 꿈을 키우고 있다. 설기현도 벨기에로 돌아갔고 차두리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아 독일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영표와 박지성도 네덜란드에 적응하며 새로운 프로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피할 수 없은 숙명이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랐기에 많은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다. 조만간 그 선수들은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한국축구를 빛낼 것이다.
쿠엘류 감독은 서울에 입성하면서 “축구의 기본 원칙은 이기는데 있다.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나를 히딩크 감독과 비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쿠엘류 감독은 탁월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나라에서 왔다. 우리가 쿠엘류 감독의 말을 주의깊이 듣는다면 그는 포르투갈의 세밀한 축구와 볼에 대한 감각을 전수하겠다고 덧붙일 것이다.
흥미로운 일은 쿠엘류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하고 예술적인 선수였는데 지금은 아주 실용주의적인 코치가 됐다는 것이다. 쿠엘류 감독의 말을 꼼꼼이 살펴보면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이 한국선수들의 본능을 다시 한번 바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그러나 쿠엘류 감독은 히딩크 감독보다 불리한 점이 하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1년 반동안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고 식사도 같이했지만 쿠엘류 감독은 그렇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쿠엘류 감독은 해외진출 선수들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천부적인 능력에 다혈질인 콜롬비아 선수들을 상대로 그의 시대를 열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랍 휴스/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robhu800@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