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로야구]나진균-이상일 프로야구 현안 대담

입력 | 2003-03-21 17:28:00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이 됐다. 선수협은 각종 불평등 조약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 대표되는 8개 구단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마치 야구의 공방전을 보는 것같다.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위협구’가 나오는 일도 있다. 그러나 선수협과 KBO는 입장은 달라도 야구발전이란 대명제 아래 뜻을 모아야 하는 동업자 관계. 선수협과 KBO가 올 시즌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은 무엇일까. 선수협 나진균 사무국장과 KBO 이상일 사무차장의 공방을 지상 중계한다.》

나진균(이하 나)=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KBO는 선수협을 법적으로는 인정했지만 그 실체에 대해선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상일(이하 이)=선수협의 총의에 대해선 경청할 자세가 돼 있다. 다만 사무국장의 개인의견이 총의로 둔갑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나진균 사무국장

나=우리 회장단 8명의 얼굴을 보라. 내 의견만으로 단독 결정을 내리기엔 결코 녹록한 사람들이 아니다. 10원 한푼을 쓰더라도 결재를 맡아야 한다.

결국 이는 나를 미워해서 나오는 얘기다. 선수들을 운동만 하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탓도 있다. 선수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그렇지 않다. 지난 단장회의 결과가 나왔을 때 사무국장은 그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는가.

나=연초에 선수협이 내건 4대 요구사항에 대해 KBO와 구단이 보여준 노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이=먼저 연금제도는 금리 인하로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10년간 매년 33만6000원(KBO와 선수 각 18만6000원)을 내면 20년 거치후 매월 50만원씩 연금을 받게 돼 있었지만 금리가 내려가 문제가 생겼다. KBO에선 선수협 요구대로 선수 대표를 연금관계위원회에 참석시킬 의향이 있는 등 발전적인 방안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수협은 KBO 사무총장 판공비 반만 넣어도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둥 부정적인 얘기만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나=사무총장은 연금관계위 운영위원장이다. 그만큼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실제로 그 정도 돈이면 올해 등록선수의 연금 부담분과 맞먹는다. KBO는 요즘 1년 수익이 1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선수들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3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KBO와 구단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1.5%’였던 연금금리가 8년 전 1.5% 부분은 없어지고 정기예금 금리로 축소됐는데도 지금껏 은폐하고 있었다.

이상일 사무차장

이=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선수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금액을 저축하고도 55세가 되면 10년 근무한 선수가 연 113만엔, 15년 근무한 선수가 142만엔의 연금밖에 받지 못한다. 반면 우리는 연 600만원이다.

또 연봉의 상후하박 구조를 비판하는데 일본은 최저 연봉이 440만엔이고 우리는 1700만원이다. 그쪽이나 우리나 역대 최고연봉은 일본이 6억1000만엔, 우리가 6억3000만원인데 말이다.

나=빠진 게 있다. 1군 최저연봉을 비교해 보자. 일본은 1500만엔이고 미국은 메이저리그가 30만달러다. 반면 우리는 1700만원이다.

이=그렇다면 우리는 1군선수단의 평균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선수협이 벌써 두 번째 경기 보이콧 운운하는 것은 동업자 정신을 잊어버린 극한적 투쟁방식이다.

나=우리는 올해 요구한 4개항중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와 △연봉조정위원회 구성원 재조정 부분에 대해선 유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구장내 응급구조체계 개선과 연금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선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보이콧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KBO와 구단도 이 문제에 대해선 다 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벌써 여러 구장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선수협에 바라고 싶은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된다는 것이다. 양측 의견이 달라도 어떤 부분에 있어선 한 목소리를 낼 때가 있어야 한다.

나=충분히 공감한다. 상호 비방은 누워서 침뱉기다. 선수협도 야구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정리=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