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리더십/다니엘 골먼 외 지음 장석훈 옮김/400쪽 1만5000원, 청림출판
지금까지 리더십에 관한 논의는 인간의 지성, 즉 지능지수(IQ)와 관련이 깊은 기술적, 혹은 인지적 능력을 주로 다루어 왔다. 반면에 이 책은 인간의 감성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솔직히 기업이라는 조직이 기본적으로는 인간집단이므로 당연히 구성원들의 감정이 문제가 되었겠지만 놀랍게도 그동안의 리더십 연구에서는 소홀히 다루어 왔던 부분이다. 감성지능(EI·Emotional Intelligence)이야말로 위대한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뛰어난 감성을 지닌 리더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주류는 아니었지만 감성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이루어졌다. 하버드대 매클레랜드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성과가 높은 스타급 리더들은 평균 수준의 다른 관리자들보다 훨씬 높은 EI를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이 책에서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유니레버, 메릴린치 등의 사례를 통해 감성리더십과 성과에 관해 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EI는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 개인적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자기인식 능력과 자기관리 능력, 사회적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인식 능력과 관계관리 능력이 그것이다. 요약하면 결국 감성의 리더는 냉철한 자기평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읽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저자들은 감성 측면에서 리더십을 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중 전망제시형, 코치형, 관계중시형, 민주형은 사람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분위기를 유발하지만 선도형과 지시형은 위기상황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매우 주의해야 하는 리더십이라고 충고한다.
예컨대 저자들이 제시한 개념 중 ‘최고경영자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직원들이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데 리더는 정작 그 정보에 대해 차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리더에게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사람이 리더의 노여움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선도형이나 지시형 리더십을 선호하는 리더에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흥미 있는 대목은 ‘감성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훈련과 자기개발을 통해 EI는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최고경영자 증후군 같은 현상을 극복하고 보다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성 리더의 육성과 조직의 실상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감성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마지막 충고이다.
기만과 부정이 난무하는 오늘날 비즈니스세계에서 경영자라면 누구나 고민해 볼 문제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