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대수술을 받고 있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용문사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사진)에 울타리가 쳐진 것은 2월 초. 수령이 1100년으로 추정되는 고목(古木)인 탓에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죽거나 병든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것으로 외과수술이 시작됐다. 잘려나간 부분엔 다시 곪지 않도록 살균 살충처리와 함께 방수 처방을 받았다. 하얀 속살이 드러난 부분은 산화 또는 부패하지 않도록 인공 수피(나무껍질)가 덧씌워졌다. 영양제 주사는 필수. 은행나무 보수공사는 4000만원이 투입돼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은행나무 대수술을 맡은 나무종합병원 이해욱(李海旭) 팀장은 “워낙 고령인 탓에 상태가 좋지 않다”며 “게다가 뿌리가 살 수 있는 생육공간이 충분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고려에 백기를 든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 심었다는 전설과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오늘의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 세종 때 나라의 온갖 재앙을 꿋꿋이 견뎌낸 공로로 정3품보다 높은 당상직첩(堂上職牒)이라는 벼슬까지 받은 이 은행나무는 높이 57m, 둘레 14m로 동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문사는 매년 10월 이 나무를 위해 ‘영목제’라는 제례를 올리고 있다.
양평=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