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고소로 시작된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소사건의 통상 처리기한인 3개월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도청의혹 수사의 핵심 초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휴대전화도 도청이 가능하며 실제로 도청이 이뤄졌느냐이다. 다른 하나는 국정원이 정치인 등 국내 지도층 인사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도청을 했느냐이다.
이 두 문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인들이 ‘선거용’으로 쟁점화되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전담반까지 설치했지만 수사는 핵심 의혹의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초 조사에 착수한 이후 한나라당 폭로 문건에서 통화자로 거명된 60여명을 조사했다. 국정원을 직접 방문해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감청 담당 실무자들도 모두 조사했다.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한 전문가도 수십 명에 이른다.
그러나 검찰의 고소인 피고소인 조사는 아직까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상태다. 이 사건 폭로자인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과 정형근(鄭亨根)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이 여섯 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두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 검찰 소환에 불응하기는 맞고소인인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협조해 주지 않아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반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검찰의 그러한 주장은 뻔한 변명처럼 들린다.검찰은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빠짐없이 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다’는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발뺌용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검찰이 진정으로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정치인 핑계만 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도청으로부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라고 법조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종대기자 사회1부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