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반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시민단체의 반전시위를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거나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일부 시민단체가 20일 저녁부터 반전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정무수석이 시위가 격화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 공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 인간방패로 자원해 (이라크에) 가 있는 사람들은 연락이 되느냐”고 걱정했고, 나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은 “연락이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나 보좌관은 국내의 반전여론에 대해 “당연한 것이다. 시민사회가 성숙했고, 양심세력이 있다는 얘기이다”면서 “의견을 잘 청취해서 가능한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도 “일본의 경우 전 국민의 80%가량이 이라크전에 반대했는데도 (일본 정부는) 이라크전을 지지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선택의 문제이며, 우리 정부도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착잡하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반전 여론이 화제에 올랐다. 지은희(池銀姬) 여성부장관은 “반전 평화운동을 포용해야 하며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이라크 국민의 고통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도 “비전투병을 파견하는 것이지만 이성적 논리적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경찰이 대응할 경우 시위대가 과격화할 수 있는 만큼 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전날 노 대통령이 미국 지지 입장을 표명한 이후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찬반논쟁이 격화하면서 1000여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노 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 결정을 비난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하루 뒤인 이날에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등 파병을 찬성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