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안희정(安熙正·40·사진) 부소장이 최근 집을 옮기고, 차를 바꾼 사실이 전해지자 그의 처신을 놓고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인터넷 매체의 홈페이지에는 그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높다.
사태를 증폭시킨 직접적 계기는 차를 바꾼 경위에 대한 안 부소장의 해명이 네티즌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그는 21일 94년형 쏘나타 승용차를 SM5로 바꾼 경위에 대해 “대학 동기들이 차를 선물해주겠다고 했는데 내 명의로 등록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친구의 회사차로 등록해 놓고 내가 타고 다닌다”고 해명했다.
한 네티즌(필명:대학동기)은 “승용차 명의가 안 부소장으로 돼 있지 않다면 세금도 전혀 안 내겠군요. 그런 사실을 스스로 밝힌 걸 보면 ‘그 정도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인 것 같은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군요”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필명:분식결산)도 “친구 회사 명의로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것부터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런 것이 쌓여서 분식회계의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 빨리 차 돌려주고 떳떳하게 자기 부담으로 차 굴리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지인들에게 대가 없이 받은 돈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 감옥에 갔던 일을 상기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반면 안 부소장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친구들이 사심 없이 도와준 걸 가지고 왜 그러느냐” “개혁 세력에 대한 흠집내기다”고 주장했으나 비판론에 밀렸다.
문제가 커지자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다른 측근 중에서도 문제가된 것이 있느냐”고 문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386 측근’은 22일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이 ‘측근들과 관련해 특별히 문제가 확인된 것은 없다’고 하더라”며 “안 부소장 사태는 사안 자체보다 본인의 해명 태도가 파문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이 최근 기사 딸린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니자, 당내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통비를 걱정하던 사람인데…”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