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상은(33)에게는 보헤미안의 자유가 배어 있다.
일본에서 10여년을 활동하다가 2001년에 훌쩍 영국 런던으로 공부하러 갔다. 최근에는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붙박이 생활이 싫어 언제 또 떠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치열한 삶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그는 “놀아봤더니 영감이 떠오르지 않더라”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세상과 부딪칠수록 내 음악의 밑천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11번째 음반 ‘신비체험(神비體驗)’은 한국 체류 중에 제작됐다. 그가 한국 음반사와 음반을 낸 것은 10여년 만이다. 88년 ‘담다디’로 데뷔한 그는 6집 ‘공무도하가’(95년)부터 5장의 음반을 일본에서 제작 발표해 한국에선 ‘수입품’이 됐다. 새 음반은 4월경 일본에서 발매되나 한국 음반사가 제작했으므로 ‘수출품’이다.
“‘수출품’이어서 대중성에도 비중을 뒀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의 말대로 타이틀곡 ‘비밀의 화원’은 이상은의 음악치고는 ‘발랄하다’. 가사도 시적 묘사보다 편안한 일상어를 사용해 이상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옆에서 이야기하듯 가식 없는 보컬과 경쾌한 리듬과 쉬운 멜로디가 봄처녀의 가벼운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이상은이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점은 그로서는 큰 변화다. 많은 한국 팬들에겐 그는 아직도 데뷔곡 ‘담다디’로 알려져 있다. 3집 이후 실험적 시도를 선보이며 ‘아티스트’로 발걸음을 옮긴 그로서는 다소 ‘억울하기도 하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유를 “한국보다 음반 시장이 다양해 나 같은 인디 뮤지션들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반 ‘신비체험’의 수록곡들은 다양한 음악과 주제를 들려주고 있다. 꿈꾸는 듯한 전자 사운드와 신비가 담겨 있는 감성적인 멜로디 등. 그가 말하는 ‘신비’는 거리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다.
“런던은 거리의 작은 디자인에서도 신비가 느껴지고 상상력을 자극받을 수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 ‘신비’가 곧 문화의 바로미터이죠. 서울도 그런 ‘신비’의 장소가 됐으면 해요.”
이상은은 새 음반에 ‘반전(反戰)’메시지를 담은 노래 ‘더 월드 이즈 언 오케스트라(The World Is an Orchestra)’도 담았다. 그는 “반전 운동은 존 레넌 등 뮤지션들의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