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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박용/세계 유통업체들 중국産 '헌팅'

입력 | 2003-03-23 17:59:00


국내 할인점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가 20일부터 ‘중국산 욕실 수납함’(개당 7800원)을 팔고 있습니다. 한국산 제품(1만3000원 선)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데다 마진도 크다고 하네요.

흔한 중국산 상품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상품을 들여다보면 한국 유통산업과 제조업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 상품을 현지에서 직접 골라서 매장에 공급하는 ‘글로벌 소싱(해외 현지 조달)’을 시작했습니다. 이 중국산 목욕용품은 이런 노력의 첫번째 결실입니다.

이마트는 시험삼아 1만개를 팔아본 뒤 중국산 상품 현지 조달 물량과 품목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2명의 구매담당자(바이어)를 중국 현지에 정식 발령을 냈습니다.

중국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은 한국 유통업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월마트는 지난해 해외 상품 조달기지를 홍콩에서 중국으로 옮겼고 올해 상하이(上海)에 조달센터를 더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중국 현지에서 매년 250억∼3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프랑스 까르푸, 영국 테스코, 미국 홈디포, 일본 아에온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도 중국에 구매 센터를 이미 세웠거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유통업체가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가장 싸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매장에 내놓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상품의 품질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글로벌 소싱’을 시작한 한국 유통업체는 세계적인 유통 트렌드에 한발 더 다가선 셈입니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세계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공략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