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승민이에게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 먹일 때마다 승민이는 말 그대로 ‘꼴’이 말이 아니다. 코부터 턱까지는 쌀죽으로 ‘머드팩’을 하고 있고, 턱받이가 이유식으로 범벅이 되는 것은 물론, 윗옷과 바지에까지 걸쭉한 이유식 파편이 마구 튄다.
한 숟가락 떠서 주면 반은 삼키고, 반은 침과 섞여서 줄줄 흘린다. 때론 숟가락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느라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옷에 몽땅 흘려버린 적도 있다. 또 승민이는 제 입을 드나드는 숟가락이 마냥 신기한지 이유식이 든 숟가락을 잡고서 놔주질 않는다. 손아귀 힘이 얼마나 세졌는지 숟가락 뺏기도 힘들다.
그래도 이유식 먹이는 일은 즐겁다. 승민이가 이유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신기하면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식은 액상음식에서 고형식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식사로 보통 5∼6개월이면 시작한다. 고형식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힘들더라도 숟가락으로 떠서 먹이는 것이 좋다.
아내는 무심결에 구입한 이유식용 젖병과 젖꼭지를 모두 반품했다. 아내는 시중에서 이유식용 젖병과 젖꼭지를 팔기에 ‘이유식도 젖병에 타서 먹이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젖병으로 이유식을 먹은 아기들은 커서도 덩어리가 있는 음식을 잘 못 먹게 된다. 숟가락으로 떠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면 아기는 꼭꼭 씹는 습관을 갖게 된다. 이는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며 기어다니거나 걷는 성장발달도 빨라진다.
이유식은 보통 묽은 쌀죽→쌀죽에 간 야채→생과일→간 고기 순으로 추가한다. 새 음식은 적어도 3∼4일 간격을 띄워서 주며 아기는 한가지씩 음식 맛을 익히게 해야 나중에 편식하지 않는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승민이에게 생우유, 계란흰자, 버터, 꿀, 밀가루 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은 돌이 지나서 먹일 생각이다.
한 달 후면 승민이에게 컵으로 분유 마시기 연습을 시킬 것이다. 컵을 조기에 사용하면 손과 입의 공동 작업을 증진시켜 두뇌발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젖병을 뗄 때에도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