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는 의외로 덤덤했다. 95년 일화 천마(현 성남 일화)를 프로축구 정규리그 3연패에 올려놓고 이듬해 2월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떠난 지 꼭 7년1개월 만의 프로 복귀. 그러나 23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전으로 컴백한 박종환 대구FC 감독(67)은 “그때나 지금이나 뭐 달라질 게 있느냐”며 말을 아꼈다.
팀이 최약체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우리 팀은 다른 팀 2군 수준밖에 안 된다. 여기저기서 버린 선수를 모은 팀이다. 그래서 마음은 편하다. 져도 본전이고 이기면 좋으니까.”
박 감독은 경기 전 이기겠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았다. 다만 “2라운드 정도 지나면 다른 팀의 컬러도 파악하고 선수들도 적응할 테니까 좋은 소식이 있겠지. 질 때 지더라도 화끈한 공격축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벤치에 들어서자 그의 모습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단 한번도 벤치에 앉지 않고 서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1분을 남기고 골을 내주자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7년이 지났어도 승부사 기질은 여전했다. 김호 수원 감독은 “대구FC가 너무 준비를 잘했다.
축구 발전을 위해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83멕시코청소년축구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국가대표팀 감독만 5차례나 맡았던 명장 박종환 감독. 88년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일화를 ‘축구 명가’로 탈바꿈시킨 그가 올 시즌 다시 ‘대구FC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