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주연상 수상자가 호명되는 순간 카메라가 애드리언 브로디(30)를 클로즈업했지만 그는 한동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해 했다. 5명의 후보 중 그를 제외한 4명이 이미 아카데미상을 받은 바 있는 쟁쟁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애드리언 브로디'라고 말하는 순간, '내 이름이 뭐였더라'하고 한참을 생각했다"며 "상을 탈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할 배역을 준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던 중 45초가 지나 음악이 울리자 "원 세컨(잠깐만)!"을 다섯 번이나 외치며 "다시 못 받을지도 모르잖아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시종일관 눈물을 글썽이며 "상을 받은 것은 기쁘지만 슬픔도 많다"며 "뉴욕 퀸스에 사는 친구가 쿠웨이트에 파병됐다. 모든 군인이 무사히 귀환하길 기원한다"며 수상소감을 마쳤다.
1998년 '씬 레드 라인'의 주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옥시즌' '리버티 하이츠' '썸머 오브 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혔다. '피아니스트'에서는 폴란드의 국보급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 역을 맡아 전쟁 상황에서 한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