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함소원씨 등 연예인 인터뷰 관련 일화를 다룬 ‘연예토크’가 나간 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세가지였다. 첫째 여자 연예인들은 왜 비디오 파문에 얽히느냐, 둘째 이런 일에는 주로 매니저가 관련돼 있는데 정말 그런 비디오가 있느냐, 세째 기자들은 확실하지도 않은데 왜 툭하면 기사를 쓰냐는 것이다. 나도 그런 미확인 보도에 불만이 적지 않았던 터여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그런 이야기부터 나왔다.
기자 =김작가님 여자 연예인들은 왜 그런 소문에 휩싸여요.
나 =이번 H양 비디오 파문처럼 물적 증거도 없이 기사를 쓰기 때문이죠. 연예인 관련 사생활 기사도 마찬가지죠.
기자 =물적 증거없이 쓴 기사는 틀림없이 잘못했지만, 연예인 관련 동정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죠.
나 =도대체 어디까지 알려야합니까. ‘특종 TV 연예’의 작가 시절, 일부 스포츠신문들이 연예뉴스를 지나치게 오락적으로 다룬다고 비판을 했다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최진실이 아들을 낳았는지 딸을 낳았는지, 그걸 국민이 꼭 알아야 합니까?
기자 =글쎄요.
나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하나, 전쟁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냐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서 다뤄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는 언론은 국민의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연예인 사생활은 ‘관심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다루지 않더라도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연예인도 국민의 관심을 받고 또 청소년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공인이기 때문에 기사로 다룰만한 관심을 끄는 게 아닐까요.
나 =물론 연예인의 도덕성에 해당되는 부분은 취재 대상이 되겠죠. 그러나 그 취재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소원씨의 경우도 기자들이 본인에게 확인했더라면 당사자도 할말이 없을 것입니다. 자료를 내놓지 않은 채 있다고만 주장하고, 다른 스포츠신문들은 전문가를 동원해 인터넷사이트를 다 뒤지고 있다니 이게 ‘기자스러운’ 일입니까? 이번에는 함소원씨가 해당 신문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지요.
기자 =사실 스포츠신문 기자들도 특종과 구독률 경쟁에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나 =나도 오락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면서 시청률에 늘 압박받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말초적으로 만들어 시청률을 높이려 하면 당장 거센 비판을 받습니다. 기자들도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특종을 해야지, 무조건 쓰고 본다는 발상은 이제 그만했으면 해요.
기자 =김작가님 눈에는 어떤 게 기자스럽게 보여요?
나 =기사 한줄이 스타들이나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 힘을 제대로 따끔하게 사용하는 이가 가장 기자스러운 기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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