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송음악 작곡가였던 최순연씨는 휴대전화업계에서 잘나가는 ‘벨소리 작곡가’다. 경력 5년째의 그가 하루에 만드는 벨소리는 5∼7곡. 주로 기존 가요를 휴대전화에 맞게 편곡하며 가끔 작곡도 한다. 현재 휴대전화 콘텐츠전문업체의 팀장을 맡고 있다. 연봉도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준. 휴대전화 관련 신종직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음성통신 수단이었던 휴대전화가 대중적인 멀티미디어 통신수단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직업의 산실이 되고 있는 것.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거나 사진과 영상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연관된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또 디지털카메라 기능의 휴대전화, 캠코더 기능이 있는 단말기 등 복합기능 휴대전화기의 잇단 등장도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벨소리 작곡가는 귀하신 몸=벨소리는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한 멜로디만 연주하는 단음 작곡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40화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오케스트라 반주까지 넣기도 한다.
통화대기음, 노래방 서비스 등으로 휴대전화 음악서비스시장이 한해 500억원대로 커지면서 유능한 벨소리 작곡가를 둘러싼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벨소리 전문업체는 40여곳. 회사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국내 벨소리 작곡가는 500명 정도다.
제대로 만든 히트곡 한 편이 가져다 주는 매출은 억대에 이른다. 벨소리를 만들 때 통화 대기음과 모바일 노래방용 연주곡까지 동시에 만드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 바람이 분 것도 시장이 커지면서 나타난 변화.
벨소리 전문업체 다날의 박성찬 사장은 “휴대전화에서 MP3 수준의 음악을 듣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휴대전화 음악시장은 앞으로 기존의 음반시장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뮤직사운드의 최보영 사장은 “휴대전화 음악시장이 커지면서 한때 인기 직업이던 노래방 작곡가들이 대거 벨소리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신종직업의 산실=컬러휴대전화기의 대중화로 단말기 화면용 캐릭터나 배경 그림을 만드는 캐릭터디자이너도 각광받는 직업이 됐다. 캐릭터디자이너는 주로 휴대전화 화면을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그림을 만든다.
인포허브의 정현옥 팀장은 “휴대전화용 캐릭터 상품의 가격은 건당 400∼800원 정도로 성능 좋은 컬러단말기가 보급되면서 동영상 수준의 정교한 캐릭터 상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체가 만든 휴대전화가 시장에 나오려면 그래픽사용체계(GUI) 디자이너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GUI 디자이너는 제조업체의 의뢰를 받아 메뉴 아이콘과 배경화면 등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그래픽 요소들을 설계하고 디자인한다.
씨즈미디어의 GUI 디자이너 김희정 과장은 “수출용 단말기를 중심으로 디자인 의뢰가 늘고 있다”며 “업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의 연간 수입은 억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문자메시지에 이용하는 기호나 문자만으로 된 그림을 제작하는 이모티콘디자이너, 휴대전화 화면용 글씨체를 고안하는 글씨체디자이너도 유망직업으로 떠올랐다.
▽시장이 바뀌면 직업도 달라진다=인터넷산업의 위축으로 디자인시장에서는 웹디자이너들이 휴대전화 캐릭터디자이너로 대거 업종을 바꾸고 있다.
또 3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가 나오면서 휴대전화용 자바 프로그래머, 모바일 게임음악 전문 PD, 모바일 영화감독, 모바일 가수 등 생소한 직업도 잇달아 생겨났다.
취업정보 전문업체 잡링크의 김현희 실장은 “휴대전화 관련 직업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분야지만 대중화 속도가 워낙 빨라 곧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 이상의 전문 직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