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 변동을 통해서다.
예상대로 이라크가 패배하면 유가하락을 가져오고, 이는 △미국 중국 등 석유 수입국의 경기회복과 한국의 수출 증가를 낳고 △물가 안정과 경상수지를 개선해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준다.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부터라고 보고 있다.
이제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전황 변화가 시장을 읽는 주요 잣대가 됐고 이중에서도 유가 동향이 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가 동향과 전망〓아직 유가에 대한 전망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기종전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다시 주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쟁 기간의 유가는 1991년 걸프전 때처럼 이라크의 쿠웨이트 유전 공격 또는 자국 유정 방화 여부와 규모에 따라 등락할 전망이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위원은 “가장 큰 근심거리인 이라크의 유정 파괴는 걸프전 당시 경험에 비춰볼 때 단기적으로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론 유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쿠웨이트 유정 700개에 불을 지르고 이라크 자체의 원유 생산도 중단했다. 두 국가에서 원유 공급량이 하루 500만배럴이 줄어들었고 전쟁 직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하는 데 쿠웨이트는 2년 8개월, 이라크는 7년이 걸렸다. 하지만 종전 직후를 제외하고 유가는 줄곧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번에도 △러시아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고 △단기수급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전쟁 기간 및 직후의 유가가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SIS)와 에너지안보분석연구소(ESAI)는 올 2·4분기(4∼6월) 유가를 25∼28달러, 올해 말엔 22∼24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포인트〓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준다. 특히 석유를 많이 쓰는 기업의 주가는 유가 등락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 증가 효과가 큰 업종은 영업비용에서 연료비의 비중이 큰 운송(한진해운 대한항공 아시아나)과 전력가스업종(한국전력). 자동차업종은 유류가격에서 교통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수혜 폭이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업종은 원유가가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라서 이렇다할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
한진해운은 24일 현재 최근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한항공에는 7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