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성호(金成豪)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그가 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기업들이 줬다는 ‘취임 축하금’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경인지방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98년과 99년 삼성전자 SK 롯데호텔 한화에너지 등 4개 기업에서 1000만원씩 모두 4000만원을 취임 축하금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세청과 기업 사이에 거액의 취임 축하금이 오간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액수로 보아 세금과 관련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 1000만원은 매달 83만원가량을 1년간 꼬박 모아야 만져볼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국세청 고위 간부에게는 ‘푼돈’일지 몰라도 서민에게는 ‘거액’이다. 기업 임원들이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지방국세청장에게 1000만원씩 딱 맞춰 전달한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지방국세청장이 부임하면 그 정도 취임 인사는 기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볼 때 취임 축하금은 해묵은 관행인 것 같다.
그래서 김 전 장관이 돈을 받을 당시 다른 기업들은 뒷짐을 지고 있었는지, 또 당시 다른 지방국세청장들도 취임 축하금을 받지 않았는지 하는 의혹들이 꼬리를 문다. 물론 많은 선량한 국세청 공무원들은 “특정인의 경우를 가지고 전체를 의심하지 말라”며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찔끔찔끔 드러난 국세청 고위 간부들의 비리에 비추어 보면 이런 의혹 제기는 불가피하다. 2000년 상반기 ‘정도(正道) 세정’을 부르짖던 안정남(安正男) 당시 국세청장이 기업의 추징금 감면 청탁에 개입하고 이 무렵 김 전 장관은 기업에서 받은 차명통장을 이용해 또 다른 차명계좌 7개를 만들어 비자금을 숨겨 놓은 사실 등 수사로 확인된 것만 해도 그 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4일 취임한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업 경영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그에 앞서 국세청 내부의 잘못된 관행이나 내부 비리 척결부터 언급했어야 하지 않을까.
정위용기자 사회1부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