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미군 제937기술병과 부대의 종군 기자가 23일 전투가 막 끝난 이라크 중부 나자프에서 보내 온 르포를 송고했다. 다음은 요약.
검게 그을고 쇠가 대부분 녹아 버린 차량 속, 타다 남은 채 뒹굴고 있는 갈비뼈 조각만이 차 안에 있던 이라크 군인이 남긴 전부였다.
23일 이라크 중부 나자프 인근 황무지. 미 제3보병사단이 7시간여의 교전 끝에 이라크군을 괴멸시키고 북상한 직후 미군 제937기술병과 부대가 도착했다.
도로 양 옆 평원 위 곳곳에 나뒹굴어 있는 이라크군 차량들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건 공정한 싸움이 아닙니다. 기관총 한 자루 장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M1전차에 맞설 수는 없는 겁니다. 그냥 항복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장면에 기술병과 부대의 마크 힐덴브랜드 사령관도 고개를 숙였다.
쓰러져 있는 이라크 병사 시신들 중에 정식 군복을 입고 있는 시신은 없었다. 맨발이 그대로 드러난 샌들, 조야한 플라스틱 헬멧….
병사들의 공통된 착용구라고는 검은 베레와 배지뿐이었다. 주인 잃은 작은 참호 속에는 담요 한 장과 가방이 있었다. 담요 한 장으로 사막의 밤 추위를 견뎌야 했던 것. 가방 속에 담긴 식량이라고는 생고기 한 점이 다였다. 자녀들로 보이는 두 아이의 사진도 들어 있었다.
“미안하고 슬픈 마음밖에 안 드는군요. 이번 전쟁은 이라크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게 아니라 오로지 한 사람(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싸움인데….” 힐덴브랜드 사령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