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 애리조나의 밥 브렌리 감독은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 “김병현이 정규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일부터 LA다저스와 홈 개막 3연전을 갖는 애리조나는 5일부터 콜로라도와 원정경기에 들어간다. 그 첫날이 김병현의 시즌 첫 선발경기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김병현이 4번째 경기의 선발이라는 점. 당초 콜로라도 원정 1차전에 나설 예정이었던 존 패터슨은 시범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 5.87로 부진한 바람에 4선발에서 밀려났다. 브렌리 감독은 “김병현이 4선발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지만 계속 호투할 경우 4선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4선발과 5선발은 ‘하늘’과 ‘땅’ 차이. 1선발부터 4선발까지는 무조건 4일 쉬고 5일째 등판하는 ‘5일 로테이션’이 보장된다. 하지만 5선발은 중간에 경기취소 또는 휴식일이 있으면 선발로테이션에서 밀려나 9∼10일 만에 등판하기도 한다. 등판일이 길어질 땐 중간계투요원으로 투입되기도 한다. 사실상 선발과 구원을 겸하는 ‘마당쇠’ 노릇을 하는 셈.
김병현은 시범경기에 6번 등판, 22이닝 동안 8실점(7자책)으로 평균자책 2.86에 2승1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날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도 5이닝 동안 탈삼진 4개에 4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김병현은 “동료들이 ‘축하한다’고 했는데 사실 무덤덤하다. ‘아 이제 선발이 됐구나’ 하는 정도다. 마무리 때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함으로써 가장 큰 관심은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의 승수 경쟁. 94년 미국 프로무대에 뛰어든 박찬호는 선발로만 뛰며 개인통산 246경기에서 89승62패 평균자책 4.02를 기록했다.
99년 애리조나에 입단한 후 마무리로 활약한 김병현은 236경기에서 20승17패 70세이브 평균자책 3.21. 그러나 김병현의 나이를 감안할 때 선발에만 전념할 경우 박찬호보다 많은 승리를 따낼 가능성도 있다.
김병현-박찬호 시범경기 비교 (25일)김병현 (애리조나)박찬호 (텍사스)6경기 2승1패 2.86 22이닝 7자책 4경기 2승 8.16 14⅓이닝 13자책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