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철은 영남루 돌계단을 두 단씩 뛰어올랐다. 정자에서 갓을 쓴 노인들이 호외를 휘두르며 환호하고 있어, 속도를 높여 더 위로 올라가 돌문을 지나 참배소에 걸터앉았다. 파아파아파아, 매앰 맴 찌르르르 찌르르르 매앰 맴, 파아파아파아파아, 지-지-지-. 우철은 우승이라고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모습으로 호외를 읽었다.
매앰 맴 매앰 찌르르르 찌르르르, 더운 날씨와 몸 속의 뜨거움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지-지-지- 찌르르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엊그제 밤, 내가 이부자리에 들었을 때쯤에 올림픽 경기장을 출발했다는 얘기다. 왜 잊고 있었을까, 아니, 신문에는 실렸을 것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잠이 쏟아져서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어제 골인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연습 전에 역 앞 박씨네 가게에 들러 라디오라도 들었을 텐데.
내 가슴은 환희에 떨고 있다. 손기정 만세! 조선 만세! 라고 외치면서 온 밀양을 뛰어다니고 싶을 정도다. 밀양만 가지고는 이 뜨거움을 진정시킬 수 없을 테니, 삼랑진, 김해, 부산까지라도 호외를 뿌리며 뛰어다니겠다. 그러나 이 떨리는 가슴은? 환희를 밀치고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진실을 토해내려 몸부림치고 있다. 두근, 두근, 두근!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