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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맞잡은 영화-공연계 황금손…김동주대표-임영근 이사

입력 | 2003-03-25 18:49:00


영화와 공연계의 ‘황금 손’이 새 둥지를 틀었다.

최근 출범한 영화 공연 투자 배급사인 ‘쇼이스트’의 김동주 대표(39)와 임영근 이사(34).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 코리아픽처스에서 각각 대표와 공연팀장을 맡고 있다가 독립했다. 이들은 영화와 공연 작품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영화 공연 전문 펀드 매니저’와 같다.

두 사람은 “투자는 영화 공연산업의 밑거름”이라며 “대중적인 작품 위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은 시장이 커져야 저예산 영화나 창작 뮤지컬도 살 길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이 투자했던 영화나 공연은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 했다. 김 대표는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외면했던 ‘친구’에 투자해 8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웠다. 임 이사가 투자한 100억원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다.

‘흥행사’답게 두 사람 모두 작품을 고르는 눈이 밝다. 두 사람 모두 “3분 이상 설명이 필요한 작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흥행작들은 긴 말이 필요없을 만큼 컨셉트가 명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흥행과 비평에 모두 성공한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보엠’에 투자를 결정할 때의 일화 한 토막. 김 대표는 임 이사로부터 딱 네 마디만 듣고 150만달러 투자를 즉석에서 OK했다. 임 이사가 한 말은 “감독은 ‘물랭루주’의 바즈 루어만, 극장은 ‘미스 사이공’이 초연됐던 브로드웨이시어터, 프로듀서는 ‘델라구아다’ 기획자인 제프리 셀러, 그리고 수익은 무조건 n분의 1”.15년 전 경희대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형 동생 하는 허물없는 사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호칭은 ‘김동주님’ ‘영근님’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직함은 부르지 않는다. 영화는 김 대표가, 공연은 임 이사가 전담하며 펀딩도 각자 맡는다. 쇼이스트는 곽경택 감독의 ‘똥개’ 등 영화를 4편 준비 중이며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는 트라이 아웃(시연회) 공연을 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쇼이스트가 첫 창작 뮤지컬로 준비 중인 ‘친구’. 영화 ‘친구’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국내 최초의 가요 뮤지컬’을 내걸었다.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가 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들었듯 ‘친구’는 고 김광석 노래들의 가사를 엮어 만들 계획이다. 예를 들면 동수와 준석이 틀어지는 대목에서는 ‘변해가네’가, 진숙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사랑했지만’으로 표현하는 식. 임 이사는 “영화 ‘친구’의 성공 코드인 순수와 복고적인 감성이 김광석의 노래와 잘 맞아떨어진다”며 “현재 곡에 대한 저작권 협상과 대본 초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친구’는 올 하반기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워크숍을 거쳐 내년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