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위에 나선 윌리 오리의 귀에 들린 것은 “목화밭에 가서 일하라”는 야유였다.
귀를 틀어막은 그는 이를 악물고 스케이트를 지쳤다. ‘누가 날 빙판에서 내쫓으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초의 흑인선수로 ‘아이스하키의 재키 로빈슨(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으로 불리는 윌리 오리(65·사진)가 26일 NHL에 기여한 공로로 ‘레스터 패트릭’상을 수상했다.
오리는 백인들의 스포츠였던 아이스하키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흑인선수. 캐나다 뉴브런즈위크출신으로 5세때 스케이트를 시작한 오리는 프로아이스하키선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캐나다 마이너팀 ‘퀘벡 에이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기량으로 보스턴 브루인스에 스카우트된 오리는 58년 데뷔전을 치렀지만 백인팬들의 거센 반발로 제 기량을 피우지도 못한채 아이스하키계를 떠났다. 불과 45경기 출전에 4골이 그가 NHL에 남긴 기록의 전부.
하지만 북미아이스하키리그협회는 그가 평등실현을 위해 노력한 점을 들어 공로상과 함께 오리의 이름을 딴 장학금까지 만들기로 해 그의 업적을 기렸다.
오리는 “이 장학금을 받은 선수들이 나중에 ‘레스터 패트릭’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