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분당 파크뷰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이 불거졌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법원에 낸 탄원서가 발단이었다. 내로라 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거론됐다.
특혜분양에서 시작된 의혹은 결국 용도변경의 적법성 여부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초 업무·상업용지였던 파크뷰아파트 부지 일대 8만6000평이 주상복합아파트 용지로 바뀐 게 타당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정권 실세가 개입됐다’ ‘수억원이 오고 갔다’ 등 추론이 무성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딱 부러진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무리한 소급은 지나친 단순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파크뷰아파트가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린 건 따지고 보면 도시계획의 오류였다. 분당신도시에 과도한 업무·상업용지를 배치했다가 팔리지 않자 용도변경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1일 경기 안양시 국토연구원 대강당. 경기 성남시 판교동 일대에 들어서는 판교신도시 개발구상 공청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기자의 관심을 끈 건 국제업무단지 6만평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판교신도시에는 20만평의 벤처단지가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는 벤처단지를 14만평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국제업무단지로 설정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그러나 국제업무시설로 무엇을 유치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더구나 ‘장기’로 설정된 시점까지 이 땅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방안도 빠져 있었다.
국제업무단지의 용적률은 400%다. 주변의 일반 주거지 용적률(150%)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다. 이를 두고 나중에 주상복합아파트 용지로 팔기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하면 무리한 억측일까. 파크뷰아파트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판교신도시 사업주체들도 파크뷰의 교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