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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수의 바그다드 리포트]"끝내 시가전 벌이나" 공포 고조

입력 | 2003-03-26 19:12:00


폭격 8일째인 26일. 푸르렀던 바그다드의 하늘은 이제 완연히 잿빛으로 변해 가고 있다.

밤낮 없이 계속되는 폭격에 바그다드 시민들은 어느덧 둔해져 가고 있다. 시민이나 취재진이나 이제 소리만으로도 미군이 지금 후세인 대통령을 잡기 위해 어느 벙커를 집중포격하고 있는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러나 공포감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두렵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이라고 시민들은 말한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5일이면 바그다드에 입성할 수 있다더니 미군은 왜 아직 안 오느냐”며 부시를 조롱하는 농담을 늘어놓던 사람들이었다.

바그다드 중심을 수비하는 병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거리 곳곳에 참호를 파고 나무와 흙으로 참호를 위장하는 한편 모래주머니 뒤로 전투 태세를 갖추느라 보안요원과 경찰 군인들은 분주하다. 조만간 있을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로등이 휘청거릴 정도로 센 모래바람에 군경은 마스크를 떼지 못한다.

폭격 받은 바그다드대학 언론학부 건물로 가는 길은 온통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있다. 폭격을 방해하려고 대형 유조차량을 동원, 곳곳에 불을 놓아 뿜어내는 연기다.

시내 곳곳이 정전되고 방송은 끊어졌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TV에서는 대미항전 결의를 다지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이틀 전 격추시킨 아파치 헬기와 미군 포로, 미군 시신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애써 확신을 갖는 모습이다.

한편에서 일부 상점은 아직도 문을 열었고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모스크에서 여느 때처럼 기도를 올린다. 공동취재단을 만난 한 꽃가게 주인은 개전 이후에도 매일 10명 가까운 손님이 들른다고 귀띔한다. 이라크는 지금 꽃을 심는 철이다. 한 손님은 폭격 소리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면서 “꽃을 심어야겠다. 꽃은 생명이다”는 생각이 들었노라고 했다. 정원을 가꾸면서 공포를 극복하는 이웃도 있다는 말과 함께.

미군과 함께 바스라에 들어갔던 프랑스TV 취재진이 이라크군에 잡혀 24일 바그다드에 들어왔다. 이들이 촬영한 테이프에는 3명의 이라크 시민군이 30명이 넘는 미군과 교전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조성수 프리랜서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