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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277…손기정 만세! 조선 만세! (5)

입력 | 2003-03-27 18:40:00


경성까지는 우예 왔나?

조선 철도로 열 시간이나 걸렸다.

같이 김밥 먹을라나?

괜찮나?

자, 먹자. 몇 살이고?

열아홉이다.

그라믄 몇 년 생인데?

1912년.

나하고 같네.

너는 경상남도 어디서 왔는데?

밀양에서 왔다.

나도 본관이 밀양이다, 밀양 손씨다.

양반이네. 참 그라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 봤다.

너는 이우철이지?

어떻게 알았노?

저기.

아아, 게시판…너는…손기정. 하나 더 묵어라.

너 먹을 게 없어진다.

괘안타, 나중에 식당에서 먹으면 된다.

고맙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 먹었다.

아무 것도 안 먹고도, 그래 뛰나?

물 마시면 배부르다.

물?

춥다.

아, 춥네. 공식 대회는 처음이가?

어어, 처음이다. 신발, 좋은 거 신고 있구나.

양화점에 특별히 주문한 기다.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에다 쇠 징을 열 개나 박았다, 자 봐라.

예선 때 너 달리는 것 보고, 옆 라인에 걸리면 골치 아프겠다고 생각했다. 징에 튕겨 나온 흙이 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너는 어떻게 연습하고 있는데?

어떻게라니, 그냥 달리는 거지.

…내가, 키가 좀 크잖나? 속도를 올리면 앞발로만 뛰게 되니까 상반신이 떠버린다. 뒤꿈치부터 착지를 하려고 신경은 쓰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운동화 뒤꿈치에 납을 넣고 연습해 보면 어떨까?

납? 납을 우예 넣는데?

그게 안 되면, 발목에 끈으로 묶을 수도 있고.

하긴, 그런 방법도 있겠네….

양손에 돌멩이를 쥐고 뛰는 것도 효과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는 그렇게 달렸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