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까지는 우예 왔나?
조선 철도로 열 시간이나 걸렸다.
같이 김밥 먹을라나?
괜찮나?
자, 먹자. 몇 살이고?
열아홉이다.
그라믄 몇 년 생인데?
1912년.
나하고 같네.
너는 경상남도 어디서 왔는데?
밀양에서 왔다.
나도 본관이 밀양이다, 밀양 손씨다.
양반이네. 참 그라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 봤다.
너는 이우철이지?
어떻게 알았노?
저기.
아아, 게시판…너는…손기정. 하나 더 묵어라.
너 먹을 게 없어진다.
괘안타, 나중에 식당에서 먹으면 된다.
고맙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 먹었다.
아무 것도 안 먹고도, 그래 뛰나?
물 마시면 배부르다.
물?
춥다.
아, 춥네. 공식 대회는 처음이가?
어어, 처음이다. 신발, 좋은 거 신고 있구나.
양화점에 특별히 주문한 기다.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에다 쇠 징을 열 개나 박았다, 자 봐라.
예선 때 너 달리는 것 보고, 옆 라인에 걸리면 골치 아프겠다고 생각했다. 징에 튕겨 나온 흙이 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너는 어떻게 연습하고 있는데?
어떻게라니, 그냥 달리는 거지.
…내가, 키가 좀 크잖나? 속도를 올리면 앞발로만 뛰게 되니까 상반신이 떠버린다. 뒤꿈치부터 착지를 하려고 신경은 쓰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운동화 뒤꿈치에 납을 넣고 연습해 보면 어떨까?
납? 납을 우예 넣는데?
그게 안 되면, 발목에 끈으로 묶을 수도 있고.
하긴, 그런 방법도 있겠네….
양손에 돌멩이를 쥐고 뛰는 것도 효과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는 그렇게 달렸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