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의 희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반전곡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로커 레니 크라비츠는 이라크 팝스타인 카딤 알 사히르와 함께 부른 반전곡인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We Want Peace)’를 25일 인터넷 사이트(www.rockthevote.org)를 통해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크라비츠는 90년대 ‘서커스(Circus)’ ‘렛 러브 룰(Let Love Rule)’ 등을 불렀던 록가수. 크라비츠의 노래 ‘우리는…’은 ‘미국은 평화적인 리더가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크라비츠 외에 뉴욕에서 활동중인 그룹 R.E.M도 지난달 ‘전쟁에 반대하는 가수들의 모임’을 결성했다. R.E.M은 ‘마지막 지푸라기(Last Straw)’라는 반전곡을 자신의 홈페이지(www.remhq.com)에 내놓았고 비스티 보이즈는 ‘미쳐 가는 세상 속에서(In a World Gone Mad)’를 인터넷을 통해 발표했다.
이 밖에 미 록가수 존 멜런캠프가 얼마 전에 발표한 ‘워싱턴에게(To Washington)’는 워싱턴 정계에 던지는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고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도 곧 반전을 노래한 ‘해피 이스터-전쟁이 오고 있어(Happy Easter-War Is Coming)’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의 특징은 반전곡을 정식 앨범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발표한 뒤 무료 다운로드를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플리트우드 맥이 최근 내놓은 싱글 앨범 ‘평화유지군’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93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모두 인터넷에서 발표됐다.
이는 MTV나 라디오 등 대중매체들이 공개적으로 반전곡을 틀기를 꺼리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최근 유럽 MTV사무실에서 “전쟁 군인 폭발 미사일 등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방영하지 말라”는 지시를 담은 대외비 메모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 라디오 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민들의 다수가 이 전쟁을 지지하는 걸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곡을 트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컨트리가수인 딕시 칙스는 얼마 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뒤 라디오에서 그의 노래는 방송 횟수가 30%나 급감했다.
일부 가수들은 이 같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톱스타 마돈나도 반전 메시지가 강한 싱글 앨범 ‘미국인의 삶’을 내놓을 예정.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군복과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과 함께 피투성이 군인과 어린이의 모습을 비추는 등 반전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마돈나측은 “반전곡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