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보도지침’ 논란을 일으켰던 새 정부의 취재대응 시스템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홍보처가 27일 중앙부처 공보관회의를 거쳐 발표한 ‘기자실 개선 및 정례브리핑제 도입안’ 중 개방형 기자실 설치 등은 새로운 언론 환경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안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항들이 들어있다.
▽“보도 내용을 미리 파악하겠다”=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은 각 부처 공보관을 통해 만날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 공무원을 접촉해야 한다”며 “가급적 사무실 출입을 삼가 달라”고 밝혔다. 조 처장은 “모든 것을 공개하자는 것”이라며 시행 배경을 설명했으나 언론학계 등에서는 이 조치로 언론 접촉 공무원의 신원 노출→정부 부처에 비판적인 보도 감소→국민의 알권리 침해→정부의 결정 및 정책에 대한 국민의 판단 자료 부족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 교수는 “이 조치로 인해 내부 고발자에 의한 비판 보도의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이 언론을 통해 감시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관광부에서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됐던 공무원의 취재 응대후 보고제를 이날 회의에서 전 부처로 확대하지 않았지만 접촉 사전 신고제 자체가 공무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제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조 처장은 이날 “공무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언론에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좀 힘들 것”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국민은 하향평준화된 정보 접할 수도”=국정홍보처는 기자실 폐지에 따른 보완책으로 브리핑제를 도입했지만 이 조치로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만을 선택적으로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공급할 우려도 있다.
단독보도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더라도 공무원들이 확인을 기피하게 되면 결국 언론보도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예진흥원은 최근 한 일간지 기자가 통일문학전집 발간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확인을 요청하자 “나중에 기자들을 불러 브리핑할 테니 그때 쓰라”며 취재에 불응한 적도 있다.
조 처장은 이날 “브리핑 전에 단독보도 등에 필요한 사실 확인을 공무원에게 요구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건 공무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와 함께 언론의 취재 활동에 상응하는 수준의 브리핑제에 대한 보완책도 거의 없다. 국정홍보처는 이날 △브리핑지원협의회 구성 △부처별 행정정보공개 강화 방안 검토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의지가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조 처장은 “2001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언론이 정보공개 요청 절차를 거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취재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셈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