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 연봉은 선수의 얼굴이자 자존심.
선수들은 시즌 동안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구단과 팬들은 선수가 과연 몸값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는지 냉정히 평가한다. 시즌을 마감한 뒤엔 어김없이 선수들과 구단간 연봉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이를 ‘스토브(stove) 리그’로 부르는 것처럼 연봉협상 줄다리기는 경기 못지않게 뜨겁다. 야구 축구와 달리 봄에 시즌이 끝나는 프로농구의 경우는 스토브리그 대신 에어컨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발이 다르고 종목 특성이 다른 만큼 국내 3대 프로스포츠인 야구,축구,농구의 연봉 산정 방식은 판이하다.》
● 프로야구
프로야구는 발표되는 연봉이 사실상 선수들이 받는 그대로의 액수다. 예외적인 경우가 양준혁(삼성 라이온스). 양준혁은 지난해 삼성과 계약기간 4년에 사이닝 보너스 10억원, 연봉 3억3000만원(4년 간 13억2000만원) 등 총액 23억2000만원에 계약하면서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마이너스 옵션’(기준성적에 미달할 경우 연봉 중 일부를 구단에 돌려주는 것)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스 옵션은 규정타석 미달시에 5000만원을 반납하고 매 시즌 90경기 출전, 타율 0.270, 60타점 등 3가지 항목에 한가지라도 미달될 경우 1억원을 반납한다는 것.
양준혁은 지난해 132경기 출전에 타율 0.276, 50타점으로 타점이 10점 모자라 1억원을 반납해야 할 처지였으나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그 돈을 받지 않았다.
양준혁의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의 선수들은 타율과 타점, 다승 등 기록을 놓고 구단과 플러스 옵션(용병은 100% 옵션계약)을 맺지만 연봉에 비해 그 금액은 미미하다.
프로야구 연봉 10걸순위선수소속연봉①이승엽삼성6억3000만원②이상훈LG6억원③정민태현대5억원④이종범기아4억5000만원⑤임창용삼성4억3000만원⑥마해영삼성3억8000만원⑦양준혁삼성3억3000만원⑧심정수현대3억1000만원⑨박경완
송진우
정민철SK
한화
한화3억원
● 프로축구
프로축구는 야구와 달리 선수들의 연봉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대외비로 하고 있다. 기본급과 수당으로 이뤄진 연봉 체계에서 수당의 비중이 워낙 크고 복잡하기 때문.
이는 종목 특성상 경기수가 많지 않고 선수 생명이 짧아 승리와 득점 등 각종 기록에 대한 보상수준이 다른 종목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에게 출전수당과 승리수당 등은 수입의 큰 몫을 차지한다. 구단별로 득점과 어시스트 등 활약에 따른 ‘메리트시스템’을 운영중인 곳도 많다. 철저하게 구단과 선수간의 일대일 계약이기 때문에 같은 출전수당이라도 구단별, 선수별로 차이가 난다.
기본급과 수당의 비중은 대부분 5:5 수준. 하지만 선수에 따라 수당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경우도 많다. 안양 LG 골키퍼 신의손은 연봉은 1억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받는 수당은 기본급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 구단별 국내선수 연봉 톱선수소속연봉(기본급)신태용성남4억1000만원유상철울산3억원이운재수원3억원노정윤부산2억4000만원김태영전남2억1000만원김은중대전1억6000만원신의손안양1억3000만원최진철전북1억3000만원이원식부천1억3000만원김병지포항1억2000만원
● 프로농구
다른 종목과 달리 ‘샐러리캡제도’(연봉총액상한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샐리리캡을 매년 인상, 올 시즌 샐러리캡은 구단 마다 11억5000만원이다.
선수들은 샐리러캡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KBL과 구단측은 국내 경제여건 및 팀의 수익구조상 샐러리캡 철폐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샐러리캡 조항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구단이 삼성 썬더스. 삼성은 지난해 SK 나이츠 소속이던 서장훈을 프로농구 최고액인 연봉 4억3100만원에 영입했지만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 다른 포지션을 보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프로농구 연봉 10걸순위선수소속연봉①서장훈삼성4억3100만원②이상민KCC3억원③조성원SK나이츠2억8000만원④문경은SK빅스2억7000만원⑤양희승SBS2억6000만원⑥주희정삼성2억5000만원⑦전희철KCC2억2000만원김영만LG⑨허재TG2억500만원⑩추승균KCC2억원양경민TG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 미국 프로스포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시절인 97∼98시즌 1년 계약에 36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연봉을 챙겼다. 당시 NBA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선)은 2690만달러였다. 그렇다면 시카고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거금을 조던에게 지급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NBA에는 ‘래리 버드 예외조항’이 있다. ‘자유계약으로 풀린 선수가 원래 뛰던 팀과 재계약할 경우 샐러리캡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특별 규정. 84∼85시즌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던 래리 버드가 연봉총액제한에 묶여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생긴 조항이다.
올 시즌 NBA 최고 연봉자는 지난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힌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으로 2520만달러(약 302억원). 이번 시즌 샐러리캡이 4027만1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미네소타는 팀 연봉 총액의 절반 이상을 가넷 한명에게 쏟아 부은 셈. 연봉 서열 2위는 2357만달러를 받은 ‘공룡 센터’ 샤킬 오닐(LA레이커스).
미국 4대 스포츠(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가운데 유일하게 샐러리캡 제도가 없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고 있는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0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간 2억5200만달러에 장기 계약했으니 해마다 2520만달러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프로 야구 연봉킹 이승엽(삼성)의 6억3000만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 연봉 선두는 긴테쓰의 나카무라 노리히로로 5억엔(약 50억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워싱턴 캐피털스의 골키퍼 야로미르 야거가 지난해 7년 동안 7700만달러(평균 연봉 1100만달러)의 계약서에 사인, 역대 연봉 1위에 등극했다. 명색이 연봉킹이지만 샐러리캡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에 농구 야구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