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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民主 신주류 新黨論 띄우기

입력 | 2003-03-28 18:49:00


《‘민주당발(發)’ 신당 창당설이 정치권에 확산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당론은 특히 신주류 핵심 인사들에 의해 릴레이식으로 제기되고 있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초기의 논의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신당’을 창당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민주당 ‘물갈이’를 하겠다는 복안이 정권 핵심부에서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어 신당 창당 논의는 실현성 여부를 떠나 갈수록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속내는 뭔가▼

▽신당론은 당 개혁안 압박용?=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신주류측 중진들은 “당을 환골탈태해야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당 개혁안이 좌절되면 신당 논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당론이 신주류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 26일 ‘개혁안이 좌초하면 신당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이틀 동안이나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김 고문은 정대철(鄭大哲) 대표에게 “기자들의 유도심문에 말린 것이다. 신당이 아니라 당 개혁안에 무게를 실었던 것이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도 “당 개혁안 관철의 한 방법으로 신당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 신당론의 배경을 전했다. 여기에는 아직 신당론을 논의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가능성 있나▼

▽‘탈DJ’ 수단으로서의 신당 유혹=그러나 당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전당대회를 통한 주도권 장악이 어려워질 경우 신주류가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 외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근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내정된 이강철(李康哲) 특보는 27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金元雄) 대표와 만나 4·24 재·보선 공조 방안을 비롯한 양당의 향후 협력관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과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선대위 실무 핵심을 맡았던 L씨, 신주류 핵심 당직자의 보좌관 출신 L씨 등 ‘386 핵심 참모’들이 내년 총선에 대비해 40, 50명의 젊은 인재풀 구축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신당론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 유선호(柳宣浩) 전 의원과 변호사 A씨, J씨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들을 주축으로 벤처기업가와 전문경영인을 망라하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탈(脫)DJ, 탈호남’을 통한 전국정당화를 노리는 신주류와 노 대통령의 젊은 측근들은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과 개혁국민정당, 그리고 정치권 밖의 신진개혁그룹을 아우르는 정계개편을 이루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진척될 경우 9월 정기국회를 전후해 신당론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걸림돌 없나▼

▽새천년민주당식 vs 국민회의식 창당=신당 창당 방식을 놓고서 신주류 내부에선 크게 두 갈래의 주장이 맞서 있다.

첫번째는 당 개혁안 관철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전제 아래 ‘당을 깨고 밖으로 나가 새 살림을 차리는’ 방식이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95년 지지세력을 이끌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회의를 창당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 강성 개혁파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예비단계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거론하기도 한다.

두번째는 당외에서 개혁세력을 대거 영입, 민주당 내부에 예비 신당을 구축한 뒤 기존 민주당과 통합하는 방식의 이른바 ‘새천년민주당식 창당’이다.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중도성향 신주류 의원 상당수가 이를 선호하고 있다. 천 의원은 13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나 향후 정국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류의 반발=문제는 어떤 형태가 됐든 신당 창당이 사실상 DJ와의 단절을 전제로 하는 것이란 점에서 분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호남 지역구의 한 중진의원은 “자기네가 싫다면 나가는 것이야 자유지만 현실적으로 호남의 뒷받침 없이 몇 명이나 당선시킬 수 있겠느냐”고 냉소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28일 KBS와 MBC 라디오에 출연, “진보당과 보수당의 보혁구도로 정치권이 개편되면 극한 대립으로 정치가 어려워질 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이 주인인 정당에서 누가 누구를 나가라 말라 하느냐”고 반발했다.

▼한나라 촉각▼

▽한나라당의 촉각=한나라당은 여권의 신당 논의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노 대통령을 따르는 민주당 신주류와 한나라당 이탈세력을 주축으로 정치권을 보혁(保革)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라며 경계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권의 정지작업을 거쳐 7, 8월경 정계개편의 파고가 불어닥칠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파상적으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을 접촉하고 30, 40대 신진세력의 인재풀 확충에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공을 들이는 영남권에선 한나라당 소속 P 의원 등 4, 5명의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일부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탈당설까지 나도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검찰의 세풍(稅風) 수사와 나라종금 수사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세력과 민주당 구주류를 동시에 ‘가지치기’를 한 뒤 개혁세력을 결집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