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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약사부부 초보 육아일기]배냇머리

입력 | 2003-03-30 18:07:00


최근 로이터통신에서 산모는 머리카락이 잘 빠지며 빠진 머리카락이 아기의 발가락에 휘감겨 피를 흐르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무섭게 빠지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머리카락’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승민이가 백일이 될 무렵부터 방바닥, 침대, 식탁 등 집안 구석구석 아내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처음엔 청소를 소홀히 하는 아내의 게으름을 탓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출산 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때문이었다.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자극으로 머리카락 수가 증가하다가 분만 후에는 이들 호르몬의 영향이 줄면서 모발이 많이 빠지게 된다. ‘분만 후 모발 탈락’은 출산 뒤 4개월 전후로 가장 심하며 6개월∼1년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탈모 현상은 아기에게도 나타난다. 태아는 임신 8개월이 되면 머리털이 1∼2㎝정도 자라기 때문에 태어날 때 ‘배냇머리’가 있다. 배냇머리는 대부분 성장이 끝난 모발로 출생 3개월 이후엔 빠져버리고 동일한 장소에서 새로운 머리가 자라기 시작한다.

태어날 때 제법 풍성했던 승민이의 배냇머리는 백일이 지나자 뒤쪽 머리를 중심으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베개와 닿는 부분은 하얗게 맨살을 보였다. 앞머리도 일부는 빠지고 일부는 많이 길어서 전체적으로 머리숱이 다르고 머리카락 길이도 제각각이어서 꼭 김 안 맨 논과 같았다.

아내는 승민이 머리를 정리하는 김에 ‘빡빡’ 밀자고 했다. 머리를 깎으면 머리숱이 많아지고, 굵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많은 엄마들의 이러한 믿음과는 달리 머리를 깎는 것과 머리숱, 머리카락 굵기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 아내는 딸을 ‘동자승’으로 만들었다.

“참, 아기가 씩씩하게 생겼어요.” “장군감이네.”

요즘 동네 아주머니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