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광고, 외국기업 등을 담당하는 정미경 기자입니다. 사상 최대 분식회계 사태를 낳은 SK글로벌의 요즘 분위기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SK글로벌 건물에 가면 층층마다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회사 기사를 복사해서 붙여놓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게시판이 사라졌습니다. 기사 분량으로 치자면 SK글로벌 역사상 요즘처럼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한 적도 없겠죠. 그렇지만 좋은 기사는 단 한건도 없다보니 아예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요즘 SK글로벌 직원들의 얼굴은 어둡습니다.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SK글로벌 인트라넷에 있는 ‘비전 토론방’에 들어가봤습니다.
직원 1:뇌출혈로 쓰러져서 말씀을 못하시는 어머니가 “회장님께 100만원 가져다 드려라”라고 종이에 쓰셨습니다. 월급쟁이인 저에게 100만원은 큰 돈이지만 회사는 100만원 이상의 존재입니다.
직원 2:주주총회가 주주(국민)들 앞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회사가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해 나갈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직원 3:회사가 우리를 책임져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퇴사하게 되어도 원망할 마음 없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사심만으로 회사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반성하고 염려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닿더군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상 SK글로벌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것입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금융위기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요즘 SK글로벌의 모든 관심은 31일 주총에 쏠려있습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으니 일반 주주들의 분노가 ㈜SK 주총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분위기입니다.
이 와중에서 SK글로벌 경영진측은 회계분식사태에 책임있는 임원들을 재선임하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채권단과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SK글로벌 사태는 언제쯤 잠잠해질까요.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