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탐험 모임인 길바라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종로지리를 살펴보고 있다. -안철민기자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 말의 의미를 이제 알겠어요.”
서울탐험대 ‘길바라기’ 회원들은 요즘 역사공부에 열심이다. 15일 종로를 탐험한 뒤 서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기 때문.
길바라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서울 탐험동아리. 매달 서울의 한 지역을 선정해 자료를 조사한 뒤 둘째 주 토요일에 모여 탐험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탐험지도를 만든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으려는 거죠.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도 그 역사적 의미를 알면 달리 보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국사학과 답사 때마다 쫓아다닌다는 동덕여대 김아름씨(방송연예과 3년)는 서울 탐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세종로사거리 교보빌딩 옆에 있는 기념비. 여러 번 지나쳤지만 무엇일까 하는 의문조차 갖지 않았던 곳이다. 길바라기 회원들은 이번 탐험을 통해 이 기념비가 고종이 51세 때 왕위에 오른 지 40년이 된 것을 기념해 세운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라는 것을 알았다.
“기념비 앞의 현판에는 분명히 ‘기념비전(紀念碑殿)’이라고 써 있는데 그 앞의 비석에는 기념비각(紀念碑閣)이라고 돼있어요. 왕과 관련된 곳은 ‘전(殿)’을 써야하는 게 아닌지….”
한양대 원인영씨(경영학과 3년)는 배우면서 또 하나의 의문을 가졌다.
이들의 탐험은 탑골공원과 백성들이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숨었던 골목인 피맛골, 그리고 조계사를 거쳐 보신각에서 끝났다. 점심식사는 허리우드극장 앞 ‘소문난 집’에서 1500원짜리 우거지국밥으로 해결했다.
5시간이 걸린 종로탐험을 마친 이들은 과거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종로에는 내수사터, 우미관터, 태화관터 등 무슨 무슨 터가 많아요. 가보면 이름만 달랑 있고 간단한 설명조차 없어요. 심지어 쓰레기가 쌓인 곳도 있어요.”
한성대 김홍석씨(행정학과 4년)는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라며 “각 자치구나 서울시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자꾸 시민들에게 알려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사랑’으로 뭉친 이들의 다음 탐험 대상은 서울시가 7월 복원공사에 나설 청계천 주변. 이들의 탐험기는 홈페이지(http://cafe.daum.net/seoulgil)에 올라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