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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자립형 대안학교 한빛高 재정난에 수업차질

입력 | 2003-03-30 21:07:00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대안학교인 전남 담양의 한빛고가 재단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 교육과정이 축소되고 폐강 사태가 빚어지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회와 교사회 등은 부실 운영 책임을 물어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전원 퇴진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열악한 재정=1998년 3월 개교한 한빛고는 97년 12월 ‘자비부담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인가를 받아 지금까지 교육활동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빛고 법인은 지난해 12월 연간 3700여만원을 학교에 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03학년도 예산을 의결, 통과했다. 2002년 전체 예산 15억7000만원 가운데 재단 전입금은 25%인 2억20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무려 22.5%나 삭감됐다.

재단 전입금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은 1분기 납입금으로 47만원, 매월 기숙사비로 23만원, 입학금으로 5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납입금 수준은 비슷한 지역 인문계 고교의 2배가 조금 넘는 것.

▽파행 실태=재정난으로 강사가 충원되지 못해 올 신학기 3학년 특성화과목인 생태학과 문학상상력 과목이 없어졌고 2학년은 한지공예와 생태농업과목이 폐강됐다.

정교사들은 정상 급여의 56% 수준에 불과한 월급을 받고 있으며 그나마 정원(26명)에 9명이나 부족해 과중한 업무와 수업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교육부 지원사업으로 특성화동과 관리동 건물이 완공됐으나 재단측이 난방 및 수도시설 등 부대시설을 갖추지 않아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인측이 기숙사 생활교사 4명의 자격을 문제삼아 해임해 버려 학생들이 13일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남도교육청이 2001년 실시한 행정감사결과 학생들의 식대 가운데 1억여원의 회계부정도 드러났다.

▽향후 전망=교사들과 학부모들은 29일 김장환 전남도교육감을 만나 “이사장 등 이사진 7명의 취임 승인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직무정지가처분신청과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데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이사진의 취임 승인 취소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인과 학부모회, 교사회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이사장인 김 길씨는 “5년동안 수 십억원을 학교에 투자했고 교육청의 감사 지적사항도 성실히 이행했다”며 “이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 처럼 교사회와 학부모회, 법인, 도교육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교사와 학부모들의 항의시위, 학생들의 수업 결손 등 학교 파행 운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