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 미사일이 떨어져 무고한 시민 62명이 숨지고 107명이 다쳤다. 중남부에서는 자살폭탄 공격이 벌어졌고, 포로로 잡힌 뒤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미군 병사들의 시신도 발견됐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전쟁의 참상이 갈수록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62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바그다드 서부 알 나세르 시장 미사일 폭격은 사람들이 한창 붐비던 28일 오후 6시경에 일어났다. 북부 민간인 지역이 피폭돼 14명이 숨진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민간인 지역이 폭격당한 것.
바그다드의 알 누르 병원장인 하르키 라주키 박사는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었으며 부상자도 대부분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랍권 언론들은 “폭격 직전 미군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라크인들의 말을 전했다. BBC방송과 AP통신 등도 “사고 지점이 연합군의 잠재적 우군이 될 수 있는 시아파 이슬람교도 밀집지역”이라며 “이라크인들의 마음은 연합군에게서 더 멀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한 대변인은 “이라크군의 낡은 지대공 미사일 상당수가 목표물에 적중하지 못하고 바그다드에 떨어지고 있으며, 이라크 민방위 대원들이 기자들의 현장 도착 전에 주거지역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들을 제거했다”고 말해 민간인 지역 오폭이 이라크 미사일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개전이후 지금까지 6000개의 정밀유도 무기와 645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미사일 중 7기만 기계고장 등으로 목표에서 빗나갔다”고 밝혔다. ○…지난주 이라크군에 포로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의 시신 4구가 유프라테스강 인근 나시리야의 임시 묘지에서 발굴됐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군 해병대의 한 부대가 28일 나시리야 북동부의 한 민가 인근에서 미군복을 입은 채 땅속 깊지 않은 곳에 묻혀 있는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이들이 23일 이라크군의 매복작전 때 붙잡힌 뒤 처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피란길에 오른 이라크 중부 지역 주민들이 현지에서 작전 중 보급난으로 굶주림에 처한 미 해병들에게 양고기와 구운 감자 등을 제공하는 등 구호의 손길을 펼쳤다.
미 해병부대의 케네스 윌슨 병장은 이라크 게릴라들의 활동으로 전투식량 보급이 끊겨 굶주릴 위기에 처하게 되자 아랍어를 구사하는 병사들이 남부 지역을 탈출하던 이라크 주민들의 버스를 세워 음식 제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윌슨 병장은 “이라크인들은 피란 식량으로 확보해 둔 양과 닭을 잡아 준 것은 물론 계란과 감자까지 삶아 줘 놀랐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