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에 LG필립스의 LCD공장을 설립하는 문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최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공장 설립을 최종 확정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공장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LG필립스가 추진하고 있는 파주 공장 설립을 통해 경기지역에서 공장을 세우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규제를 피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수도권정비계획법〓LG필립스가 물색한 부지는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50만평가량이다. 이 부지는 경기도에 포함돼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적용된다.
수정법에 근거한 공장총량제에 따르면 파주시에 올해 배정된 공장 물량은 6만여㎡. 따라서 50만평(약 165만㎡)에 공장을 지으려면 약 27년이 걸린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정부와 경기도는 이 일대를 산업단지로 조성한 뒤 LG필립스에 일괄 분양하는 ‘우회전술’을 택했다. 산업단지는 공장 총량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고 정부가 정한 25개 첨단 업종에 포함돼야 공장을 지을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82년 제정된 수정법은 경기도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3개 권역으로 나누고 △대기업 신설 △연면적 200㎡ 이상 공장 신증설 △4년제 대학 신설 등을 규제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법〓LG필립스의 공장 부지인 덕은리 일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기둥이 딸린 간이 시설물을 지으려면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군부대는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건축에 동의한다. LG필립스 공장과 관련해 군부대 관계자는 “작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부대는 최근 현장에서 시와 LG필립스 관계자 등에게 작전상 어떤 규제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공장 부지가 부대 이동경로 등 작전상 핵심 지역에 걸리면 신축은 불가능하다.
▽규제 정비〓세계적 완구기업 ‘레고’는 1999년 경기 이천시에 30만평 규모의 놀이시설을 지으려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포기했다. 레고는 국내 다른 지방으로 가지 않고 독일로 발길을 옮겼다.
이에 비해 LG필립스 공장은 비교적 잘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가 지금도 심해 다른 기업이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진한다면 승인을 확신할 수 없다.
경기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수차례 수정법과 군사시설보호법의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 지역 격차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