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기에도 끄떡없는 아파트가 있죠.” 서강 LG아파트 주민 김명화씨(가운데)가 최수미씨(왼쪽) 윤혜연씨에게 단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김미옥기자 salt@donga.com
“불황이요? 우리 아파트는 예외죠. 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졌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요. 한강 조망권은 부동산시장에서 일종의 ‘보험’이잖아요.”
서울 마포구 신정동 ‘서강 LG아파트’ 103동(棟) 대표인 김명화씨(57).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를 크기가 쉽게 줄지 않는 비누 ‘비놀리아’에 비유했다. 부동산 불황기에 다른 아파트값이 떨어질 때도 좀처럼 내림세를 보이지 않고 불황이 끝났을 때 오름폭은 훨씬 크다는 것.
한강 조망권 이외에 대표적인 ‘비놀리아 아파트’는 대단지 역세권 아파트. 풍부한 전·월세 수요가 아파트값을 탄탄히 떠받치고 있다. 유망 학군 내 아파트 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학부모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성동구 행당동 ‘대림 e-편한세상’에 사는 최수미씨(35·생활용품 디자이너)와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부녀회장인 윤혜연씨(50)를 만났다. 최씨와 윤씨는 각각 대단지 역세권과 유망 학군을 자랑하는 아파트 입주민이다.
입심 좋기로 유명한 아줌마 3인방의 ‘비놀리아 아파트 이야기’가 시작됐다.
▽윤〓1988년 4월 34평형에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학군이 뛰어나 요즘도 인기가 높은 편이죠. 주변에 서울고 서초고 반포고 상문고 등 명문고가 즐비하거든요. 또 유명하다는 학원도 많죠. 저도 아들의 학원 수강권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 경험이 있어요.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학부모 마음이 어떤지 잘 아시잖아요.
▽김〓이곳에 산 지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사실 지금 아파트 부지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죠.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재건축을 했어요. 제가 사는 103동 45평형은 3개 방향으로 한강을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밤섬이 한눈에 들어오죠. 꼭 우리 집 정원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최〓4년 전에 31평형 전세로 이사를 왔어요. 처음에는 단지 규모에 놀랐죠. 3404가구나 되거든요. 각종 기반시설이 풍부한 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단지 안에 파출소가 있고 LG마트 등 상가도 많죠. 또 교통도 좋아요.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진입로가 단지로 이어지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고 싶은데 값이 너무 뛰어 걱정이에요.
▽윤〓정말 많이 뛰었죠. 삼풍아파트는 입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였지만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97년 말 외환위기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어요.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교육열이 달아오르면서 값이 뛰었어요. 요즘 불황기라고 하는데 삼풍아파트값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김〓불황기에 아파트도 옥석(玉石)이 가려진다고 생각해요. 한강이 잘 보이는 층의 아파트는 매물로 나오는 즉시 팔리거든요. 시세보다 높게 거래되기도 하죠. 제 경우도 기존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을 때와 비교해 자산가치가 4배 이상 뛰었어요.
▽최〓정말 부럽네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신혼 부부 등 젊은층 입주자가 유난히 많아요. 많은 사람이 저처럼 전·월세로 살죠. 전세 시장도 불황기라고 하지만 우리 아파트는 세입자가 주인에게 매달리는 상황이에요. 제가 사는 31평형 전세금도 입주 당시 9000만원이었는데 요즘은 1억9000만원으로 뛰었어요.
▽윤〓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이 가깝고 법원 뒷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는 것도 불황기에 값을 유지하는 비결이에요.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에게 입지여건 외에 반드시 교통여건과 녹지를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맞아요. 한강 조망권 아파트라고 모두 값이 뛰는 것은 아니죠. 요즘에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공원 등 녹지가 풍부한 아파트에 투자하는 게 유리해요. 산과 숲이 보이는 ‘그린 조망권’ 아파트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죠. 서강 LG아파트는 한강 조망권은 물론 둔치가 가깝다는 게 강점이죠.
▽최〓저는 소규모 단지보다는 대단지 아파트를 고르라고 말하고 싶어요. 풍부한 기반시설 외에 매매와 전세, 월세수요가 많아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죠. 실제로 부동산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물표가 금방 사라지는 것을 자주 보았어요.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다는 증거죠.▽김〓한강 조망권 아파트도 문제는 있죠. 강변북로에 인접해 있어서 자동차가 질주할 때 생기는 먼지와 소음이죠. 입주하기 전에 공기청정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아요.▽최〓대단지 아파트를 구할 때 출퇴근 시간에 교통이 원활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단지가 클수록 차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죠. 우리 단지는 출입로가 4곳이어서 소통이 원활한 편이지만 다른 곳은 출입로가 적어 단지 내에서 교통체증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윤〓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앞일이 걱정이에요. 단지 옆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잖아요. 교통난 등 주거환경이 나빠질까 봐 주민 반대도 심했어요. 하지만 주상복합이 들어서면 인근 시세가 뛸 것이라고 말하는 입주자도 있더군요. 또 주상복합 안의 상가가 들어서 편의시설이 풍부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대담자 3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값 추이아파트평형2000년12월2001년6월2001년12월2002년6월2002년12월2003년3월삼풍3429,00032,50036,50044,50054,00054,0005061,50061,50065,50073,00080,00080,0006280,00080,00085,00090,000105,000105,0006481,00081,00085,00090,000105,000105,000서강LG2615,25016,50017,25020,00020,50020,5003423,00025,00026,00027,50029,00029,0004537,50037,50037,50041,00047,00047,000행당 e-편한세상2516,00016,25018,00020,50022,00022,0003124,00023,50025,50028,50032,00032,2504133,00033,50034,50037,50041,00041,500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