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31일 러시아 고위 외교관리들을 차례로 만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러간 공조방안을 협의하는 가운데 남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을 통해 러시아의 가스를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보좌관은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과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차관,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안보회의 서기,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대통령외교보좌관과 만나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 보좌관은 이에 앞서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나 극동의 사할린으로부터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북핵 위기 해결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나 보좌관은 “아직 동맹국이나 북한 당국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FT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러시아 가스를 끌어들이는 가스관을 설치해 북한의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완화하는 국제적인 협력 방안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나 보좌관이 언급한 러시아 가스의 북한 공급 계획은 미국에 체류중인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이 1월 처음 제기한 후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인 러시아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사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예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