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인권이 부정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중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등 인권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며, 탈북자는 중요 범죄자로 취급돼 처형됐거나 수용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공개한 전 세계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담은 연례 국가별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북한 난민이 중국을 거쳐 아시아 국가들로 갔으며 중국 국경의 북한 경비병들에게 탈북자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있다고 밝혔다.보고서는 난민과 노동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중국으로 밀매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는 재판을 거치지 않은 사형과 실종사건이 있었다는 보고가 계속됐고 국민은 임의로 구금되며 많은 사람이 정치범으로 구금돼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여성 수감자들을 강제로 낙태시키고 감옥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를 즉시 살해한 사례도 보고됐다”고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 지도부는 대부분의 국제인권규범, 특히 개인적 인권은 불법적이고 이질적이며 국가와 당의 목표에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북한이 혁명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범죄에 대해 사형을 부과하는 가혹한 형법을 갖고 있다며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들은 망명 및 망명 기도, 당이나 국가 정책에 대한 비난, 외국방송 청취, 반동적 편지 작성 및 인쇄물 소지 등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은 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국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이 2001년에 주도한 인권에 관한 대화는 지난해 6월 평양에서 북한과 EU의 또 다른 대화로 이어졌지만 북한은 국제 인권 기준이 자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한편 한국의 인권상황과 관련,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시민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지만 일부 분야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며 경찰의 피구금자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가혹행위를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이 계속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가정폭력과 강간, 어린이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성 매매로 아시아계 여성과 아동이 국내외로 밀매되는 등 한국은 외국인 인신매매의 출발지와 주요 경유지 및 목적지가 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서는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표현과 언론의 자유’ 항목에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에 따른 언론탄압 논란을 소개한 지난해 보고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다시 실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