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생을 다룬 창작 창극 ‘청년시대’. -사진제공 국립극장
1932년 4월 29일. 24세 ‘열혈청년’ 윤봉길은 상하이 훙커우공원(지금의 루쉰공원)에서 상하이 사변 전승기념식을 갖던 일본군 수뇌부에 폭탄을 던졌다. 윤봉길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으나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윤봉길은 일본 가나자와로 압송돼 그해 12월 총살당했다.
국립창극단의 창작 창극 ‘청년시대’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71년 전 ‘거사’를 기념하는 작품. 농민계몽운동가로 또 독립운동가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윤봉길의 생애가 창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번 창극은 몇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창극의 형식이 혁신적이다. 창극계에서는 비교적 젊은 연출가인 정갑균씨(41)의 신선한 도전이다. 정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로마 연극학교에서 공부한 오페라 연출가 출신. 국악에 서양 음악의 요소가 어우러진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도 그의 이런 음악적 배경 덕분이다. 판소리에 ‘화성’을 삽입해 ‘창으로 하는 합창’으로 극적인 마무리를 했다. 극중극, 그림자극, 인형극 등으로 무대 표현을 다양화한 것도 볼거리.
정씨는 “독창에서 중창으로, 다시 합창으로 진행되는 판소리를 통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확장된 창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대적인 분위기의 무대를 충분히 활용하는 쪽으로 연출의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창극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작가로 주목받는 조영규씨(35)는 탄탄한 줄거리로 극을 전개한다.
한국 국악계의 두 ‘거목’인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박범훈(중앙대 부총장)이 작창가와 작곡가로 만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이 배우와 작곡가로 만난 적은 있지만 작창과 작곡 작업을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숙선은 윤봉길의 어머니로 출연하기도 한다.
주승현과 허종열이 윤봉길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고 어머니 역에는 안숙선과 함께 유수정이 출연한다. 김구 역은 지난해 KBS 국악대상 국악 판소리 부문 대상 수상자인 왕기철이 맡는다.
‘청년시대’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작품 연습을 앞둔 2월 충남 예산군의 윤봉길 의사 생가와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윤 의사의 뜻과 애국심을 기리기도 했다.
이번 창극은 국립극장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한다. 5∼13일. 평일 7시반, 토 일요일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5만원. 02-2274-3507∼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