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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금 남겨서 기구 설립하나…'실업극복 국민委' 법인화 논란

입력 | 2003-04-01 19:14:00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쏟아지는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98년 출범한 민간기구 ‘실업극복 국민운동위원회’가 법인화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위원회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8차 위원회를 열어 현 조직을 해산하고 다음달 초 공익 재단법인 ‘일할 수 있는 사회’(가칭)를 발족시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기로 결의했다.

새로 출범하는 재단법인의 재원은 국민이 낸 1300억원(이자수입 포함)의 실업극복 성금 중 쓰고 남은 435억원. 법인은 이를 종자돈으로 삼아 정부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장기 실직자들을 도울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국민이 낸 성금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노동부 고용안전지원센터 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가 있는 데다 실업률도 크게 떨어져 법인을 설립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굳이 법인 설립을 고집한다면 먼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실직가정돕기 결연사업, 실직가정 무료급식, 실직자 일자리 찾기 등의 명목으로 99년 349억원, 2000년 233억원을 집행했으나 실업률이 3%대로 하락한 2001년 이후에는 연간 100억원 미만의 성금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도 당초 “실업 극복과 긴급구호 목적으로 모은 성금을 재원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성금 잔여분을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법인의 이사 선임 단계부터 개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원회의 성한표(成漢杓) 상임운영위원장은 “실업률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장기 실업자가 4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항구적인 민간 실업대책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단법인 ‘일할 수 있는 사회’에는 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던 강원용(姜元龍) 평화포럼 이사장,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그대로 참여할 예정이다.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