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다 붙잡힌 중국 어선의 선장들이 벌금 대신 체형(體刑)을 감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00만∼3000만원의 벌금 대신 1명의 ‘희생양’을 내세워 몸으로 때우려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
1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01년 7월 한중 어업 협정체결 이후 한국 EEZ를 침범한 중국 어선 가운데 38척이 나포됐다. 지난달 28일 신안군 흑산면 서쪽 31마일 해상에서 도 EEZ를 침범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옌타이선적 52t급 노위어1712호 등 4척이 검거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신안군 흑산면 북서쪽 해상에서 EEZ를 2마일 침범해 조업하던 중국 어선 절냉어 등 2척이 나포됐다.
해경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관한 주권적 권리행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을 부과(80t 이상은 3000만원, 미만은 2000만원)하고 있으나 이를 거부할 경우 선장에 대해서는 영장을 신청하고 선원들은 배에 태워 공해상으로 추방하고 있다. 선장 혼자서 ‘희생’하면 동승한 선원들은 풀려나는 셈.
중국 어선은 이점을 이용해 벌금 대신 체벌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나포된 4척을 제외한 34척 중 지금까지 벌금을 납부한 어선은 52%인 18척(4억23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6척은 2억4000만원의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선장 16명이 구속됐다.
이는 지난해 벌금이 부과된 총 86척(21억1000만원)의 어선 중 75.6%인 65척(16억5000만원)이 납부한 것과 비교할 때 체벌을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 2001년에도 벌금이 부과된 총 98척(16억12500만원)중 80%인 78척(13억원)이 벌금을 냈었다.
이들이 체벌을 선택하면서 해경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 중국 선원을 공해상으로 추방할 때까지 선박과 선원들을 관리하는 데 여러 가지 고충이 따른다. 해경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중국 선원들을 검거한 함정과 전용부두에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또 식사는 선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으나 음식이 바닥이 날 경우 먹을 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선원들을 감시하기위해 24시간 경비를 서야하는 등 이래저래 고생이다.
또 선장 1명만 처벌하는 것으로는 어족자원 보호와 어민피해 구제를 위해 설정된 EEZ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선장들이 1년여간 교도소 생활을 하는 데 드는 비용도 한국측의 부담이다.
해경 관계자는 “전에는 검거되자마자 담보금을 내고 석방됐는데 요즘은 선장 1명의 희생으로 무마하려 하고있다”며 “보다 실효성있게 EEZ침범을 제재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포=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