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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오~패션 코리아! …‘추동 서울컬렉션위크’

입력 | 2003-04-03 16:43:00

신석교 기자 tjrry@donga.com


국내 최초의 통합 패션컬렉션이라는 기대와 함께 출발한 ‘2003, 2004년 추동 서울컬렉션위크(3월 26일∼4월 3일)’. 첫 쇼는 디자이너 진태옥씨가 맡았다. 일곱 가지 무지개 색에 더해 파스텔톤까지 다양한 색이 섞인, 배꼽까지 내려오는 짧은 가죽 재킷이 큼지막한 붉은 꽃무늬 니트 스커트 등과 어우러졌다. 진씨는 “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긴 목선, 축 처진 어깨선과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주인공들이 입은 촌스러운 옷의 이미지를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진씨의 쇼가 끝난 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디자인과 색감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그의 창작 열정에 감동한 일부 후배 디자이너들은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서울 컬렉션 위크’는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뉴웨이브인 서울(NWA) 및 개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으로 분산되던 각종 패션 행사를 한데 합친 통합 컬렉션. 원로부터 신인까지 총 53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했다.

SFAA의 신임 회장 박윤수씨는 소울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히트곡 ‘아이 필 굿’의 신나는 느낌을 컨셉트로 삼았다. 오렌지와 파랑이 적절히 섞여 고급스러운 멋을 내는 ‘선샤인 블루’색 모피 장식, 검은색 가죽 바지에 금색 프린트를 한 일자 팬츠, 미니스커트 등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삼숙作. 이규례作. 박윤정作. 강희숙作

이번 컬렉션에서 예견된 트렌드를 총정리해 보면 올 가을, 겨울에도 미니스커트와 길이가 짧은 재킷의 인기가 계속될 전망. 특히 다양한 색상의 미니스커트는 몸에 달라붙는 미니멀한 스타일보다 아래로 약간 벌어지는 플레어스타일이 많아질 듯하다.

1960년대 스타일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니스커트가 인기인 이유는 베트남전이 벌어졌던 1960년대의 정치, 경제적 분위기와 현재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소 조잡해 보이기도 하는 자유로운 디자인의 히피풍도 컬렉션 곳곳에서 묻어났다.

디자이너 지춘희씨는 “전쟁으로 인해 우울해진 사람들의 정서를 의상에 옮겼다”고 말했다. 지난 번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깜찍한 도트 프린트와 원색으로 표현됐던 밝은 이미지는 숨긴 채 어두운 색상의 클래식한 남성복 정장풍으로 톤 다운시켰다.

신장경作. 장광효作. 안혜영作. 박윤수作

남성복에서는 군복 스타일인 ‘밀리터리룩’에서 두드러지는 카키색, 버클 장식 등을 가미한 의상이 부쩍 많아졌다. 젊은 디자이너 그룹인 ‘뉴 웨이브 인 서울’ 소속의 디자이너 정욱준 박은경 안혜영 우영미씨는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작품에 드러냈다. 남성복 ‘론 커스텀’의 디자이너 정욱준은 패션쇼 마지막에 모델들에게 영화 ‘스타워즈’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되 스펠링만 살짝 바꾼 ‘스톱워즈(stop wars)’가 쓰인 망토를 입히기도 했다.

이번 쇼에는 추동컬렉션의 단골색상인 검은색, 흰색, 갈색, 회색 외에도 붉은색, 오렌지색, 하늘색이 많이 쓰였다. 특히 디자이너 신장경씨는 흑장미의 선명한 핏빛과 부드러운 질감을 벨벳, 시폰 등으로 표현한 다양한 드레스들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무릎 위로 찰랑대는 붉은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모델들은 영화 ‘물랭루즈’의 요염한 댄서들을 연상시켰다. 파란색과 하늘색의 중간쯤의 채도를 내는 세련된 하늘색의 부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서양 패션계의 화두로 꼽히는 ‘오리엔탈리즘’을 한국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일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김삼숙씨는 나무 위의 새, 매화, 잠자리, 강아지 등을 실크 소재 위에 그린 수묵화 같은 스커트 또는 톱을,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씨는 자개농 문양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현대적인 남성복에 접합시켰다. 박윤정씨는 첸카이거 감독의 중국 드라마 ‘여포와 초선’의 의상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자주 접했던 중국 그림의 이미지를 의상에 담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손을 잡은 ‘카루소’의 디자이너 장광효씨의 컬렉션은 이번 행사의 ‘낭보’로 기록될 듯. 장씨는 ‘아디다스’의 지원을 받아 특유의 삼색 스트라이프, 왕관 무늬 로고 등을 그대로 살리되 고급스럽게 리폼한 디자인의 의류 및 소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 쇼의 주제를 ‘갱즈 오브 뉴욕’으로 삼은 장씨는 하늘색 팬티와 카우보이 모자, 리폼한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갖춘 남성 모델들을 등장시켜 특히 여성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사진제공 한국패션협회)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