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공희지, 직업은 성우 겸 문화센터 강사. 조는 수강생은 ‘헤드락’과 ‘새우꺾기’로 깨우고, PC방에서 미성년자와 야한 채팅을 주고받는 40대 아저씨를 ‘엎어치기 한판’으로 가볍게 제압하는 여자. 치질 때문에 볼일을 볼 때마다 화장실 벽에 머리를 박고 눈물을 흘리며, 와인을 마실 땐 ‘원샷’한 뒤 ‘꺼억∼’ 트림을 하는 여자.
이런 여자가 한 남자를 ‘찜’해서 그의 방에 몰래 잠입하고, 다이어리를 훔쳐 스케줄을 줄줄 꿰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 못된 짓만 골라한다면….
영화 ‘오! 해피데이’의 주인공 장나라가 영화속에서 하는 ‘짓’이다. 줄거리만 보면 무시무시하고 짜증스럽다.
그러나 장나라는 이 영화의 상당 부분에 유쾌함을 불어 넣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던져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기한 장나라를 보고 있으면 절로 유쾌해진다. 특히 표정연기는 영화 ‘마스크’의 짐 캐리를 방불케 할 정도. 이 영화는 사실상 장나라의 ‘원맨쇼’에 가깝다.
“사실 공희지라는 여자, 좀 무섭죠.(웃음) 한 번 ‘찍은’ 남자에게 ‘진드기’처럼 집착하니까. 그렇지만 한편 굉장히 순수한 여자예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과, 어려운 이웃도 도울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지난해 5월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가 성공을 거둔 뒤 그에게는 20여편의 시나리오가 쇄도했다. 그 중에는 멜로영화의 비련의 여주인공도 있었다고 한다. 왜 하필, 추한 행동은 혼자 다하는 공희지에 끌렸었까?
“제 나이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보니 공희지라는 눈에 들어왔어요. 제 ‘엽기적인’ 표정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어요.(웃음) 아직 나이도 어려 발랄하고 깜찍한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시골처녀 양순의 이미지가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있어 장나라는 이 영화에서 지나치다싶을만큼 ‘오버’했다. 그는 양순과 공희지의 캐릭터가 명랑하고 쾌할한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장나라는 왜 저런 역만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양순은 씩씩한 캐릭터이고, 희지는 코믹 캐릭터죠. 양순이 명랑하긴 하지만 막무가내로 웃기진 않았어요. 나름대로 변신한건데.(웃음)”
그는 가수보다 연기에 더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전 인터뷰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앞으로 정신 세계가 아주 특이한 사람같은 ‘이상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코미디 영화가 적성에 잘 맞아 다시 찍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오! 해피데이' 어떤 영화▼
‘오! 해피데이’는 ‘찍은 놈 내꺼 만들기’라는 광고문안 그대로 여행사 팀장 김현준(박정철)에게 첫눈에 반한 성우 공희지(장나라)가 집요한 구애 끝에 사랑을 얻는다는 코미디 영화다. 약혼녀가 있던 현준이 특별한 동기도 없이 희지에게 매력을 느끼는 과정은 허술한 이야기 구조를 드러내지만 장나라의 개인기 덕에 웃을만한 장면이 몇군데 있다. 그러나 장나라의 개인기도 1시간이면 바닥나고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을 더한다. 김수미, 장항선, 김혜숙 등 중견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욕쟁이 할머니로 나온 김수미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