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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데이비드 잭슨 "해·결· 사!"

입력 | 2003-04-04 02:06:00


‘미운 오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동양 오리온스에 69-72로 뒤진 경기 종료 1분1초 전. TG 엑써스 데이비드 잭슨(25)이 3점슛 라인 중앙에서 깨끗한 장거리포를 꽂았다. 72-72, 경기 시작 후 7번째 동점.

재역전을 노린 동양 김승현의 레이업슛이 빗나갔고 다시 맞은 TG의 공격 기회. 동양의 거친 수비에 막혀 TG에 남은 공격 시간은 단 2초. 오른쪽 사이드 라인 밖에 있던 허재의 동물적인 앨리웁 패스를 받은 잭슨이 그대로 솟구쳐 올라 사뿐히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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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경기종료 12.6초 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잭슨이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며 ‘백조’로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잭슨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앞세운 TG는 3일 대구에서 열린 동양과의 2002∼2003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74-72로 이겼다. LG 세이커스와 가진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막판 5차전까지 가는 격전을 치른 TG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첫 판을 잡으며 사상 첫 정상 등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뗐다. 2차전은 5일 대구에서 계속된다.

양팀 최다인 29점에 6어시스트를 올린 잭슨은 포스트시즌 들어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애를 태웠다. 슈팅 난조에 시달리더니 자기 고집대로 무리한 플레이를 펼쳐 팀워크를 해치기도 했다. 오죽하면 허재가 최근 며칠 동안 잭슨의 군기를 잡기 위해 한마디도 건네지 않으며 냉랭하게 대했을까.

그렇다고 외곽포가 뛰어난 잭슨 없이 경기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 TG 전창진 감독과 제이 험프리스 코치는 틈만 나면 잭슨과 미팅을 갖고 각별한 관심으로 사기를 북돋웠다. 구단에서는 1차전 전날 새 농구화까지 선물하며 마음을 달랬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을까. 잭슨은 동양 이지승 박훈근 박지현 등이 번갈아 펼치는 집요한 수비에 시달리면서도 고비 때마다 영양가 높은 득점을 올렸다. 잭슨과 함께 김주성은 18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켰고 김승기는 체력이 바닥난 허재를 대신해 식스맨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반면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노리는 올 정규리그 1위 동양은 마르커스 힉스가 28점을 터뜨렸으나 간판스타 김병철의 부진이 아쉬웠다. 지나친 긴장감에 경기 전날 잠을 설쳤다는 김병철은 몸이 무거워 보였고 용산중고교 1년 선배인 TG 양경민의 족쇄마크에 막혀 전반 무득점에 그치더니 결국 5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동양은 특유의 속공을 살리지 못했고 김승현(13점)이 경기 막판 던진 2개의 레이업슛이 잇달아 림을 외면한 것도 아쉬웠다.

대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