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경기 의왕시 성나자로마을 ‘아론의 집’ 마당. LG투자증권씨름단 장사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길 앞에 섰다. 숯불 온도는 섭씨 550도 정도.
맨발의 선수들은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할 수 있다!”를 외친 뒤 줄지어 6m 길이의 숯불코스를 거뜬히 통과했다. 팀내 최고참인 김경수(31)부터 막내 임선규(22)까지 16명 가운데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한 사람이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초 정도. 선수들의 발바닥은 멀쩡했다.
김경수는 “벌건 숯길 앞에 서니 온 몸이 떨렸다. 그러나 정신만 차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걸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수들이 받은 훈련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터닝포인트 프로그램. 부정적 사고와 소극적 태도를 긍정적, 적극적으로 바꾸는 훈련이다.
허양도 LG씨름단 단장은 “올 들어 설날장사대회와 영천장사대회 단체전에서 연달아 패하고 개인전 타이틀도 모두 놓친 것이 정신력 부족 때문이라는 판단 아래 교육컨설팅전문업체에 의뢰해 특별교육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9시간 동안 실시된 교육에서 선수들은 플라스틱제 빨대로 생감자 꿰기, 3㎝ 두께의 송판 격파하기 등을 해냈고 숯불 위 걷기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2m18의 거인장사 최홍만(23)은 “숯불 위를 걸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통과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스스로 놀라워했다.
의왕〓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