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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안상근/‘한국 알리기’ 영화만한 게 있을까

입력 | 2003-04-04 18:19:00


영화 ‘대부’ ‘사랑과 영혼’ ‘유브 갓 메일’의 공통점은? 정답은 뉴욕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란 점이다. 그 외에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최근 개봉된 것만 해도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한 ‘러브 인 맨해튼’과 휴 그랜트 주연의 ‘투 윅스 노티스’ 등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뉴욕이 주 무대인 영화를 검색해보면 수천개가 나올 정도다. 대도시의 화려한 상류생활을 그린 영화들은 물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도 뉴욕이다.

필자도 뉴욕에 살면서 영화 촬영하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한번은 출근길 빈민가의 상징인 할렘에서 자동차 2대를 뒤집어놓고 액션영화를 찍는 것을 보았다. 또 한번은 역시 출근길에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플라자호텔 앞에서 100년 전 복장을 한 배우들이 촬영하는 장면을 보았다. 플라자호텔은 특히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 무대로 유명하다.

이렇게 뉴욕을 무대로 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뉴욕 거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뉴욕은 세계 최대의 다인종, 다문화 도시이자 빈부격차가 가장 큰 도시다. 이는 다양한 소재의 영화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또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 대해 세계인들이 무엇인가 연결고리를 찾으려 한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영화나 TV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왠지 친숙하게 느끼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뉴욕에서 찍은 영화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한다. 동남아의 한류(韓流) 열풍에 따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 ‘쉬리’의 촬영현장에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한국 영화도 뉴욕 진출이 활발해져 그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쉬리’, ‘집으로…’에 이어 상당한 관심 속에 ‘취화선’도 상영됐다. 세계 최초로 영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한 미술관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내부수리를 위해 퀸즈로 옮기기 전 지하에서 각종 영화포스터를 전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신상옥 감독의 ‘춘향전’ 포스터도 끼여 있었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에 많이 나오는 홍콩이나 방콕에 비해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 도시들은 여전히 빈약하다. 최근작 007시리즈에서 어처구니없게 비친 한국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나기도 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제작을 늘리고 영화 속에서 우리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잘 만든 우리 영화 한 편이 수만대의 자동차를 팔거나 뉴욕 타임스 같은 권위지에 거액을 들여 국가홍보를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요즘 북한 핵문제와 한국의 반미 움직임으로 미국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아주 나빠졌다. 수출이나 투자유치 업무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한국을 잘 표현해 놓은 영화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족(蛇足) 하나. 뉴욕과 뉴요커의 실제 삶의 모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는 무엇일까. 지난해 ‘뉴욕 데일리 뉴스’가 뉴요커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76년에 제작된 로버트 드니로, 조디 포스터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가 뽑혔다. 이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유브 갓 메일’ 등의 순이었다.

안상근 KOTRA 뉴욕무역관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