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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爭]"戰後 이권챙기기' 또다른 전쟁

입력 | 2003-04-04 18:41:00



이라크 공격 명분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했던 유럽과 미국이 전후 이권을 놓고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확실시되자 세계 각국이 전쟁 명분이나 민간인 피해 등은 뒤쪽으로 밀어내고 잇속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전후 이라크는 미국이 재단한다”=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임시 외무장관회담이 끝난 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전후 이라크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며 유럽의 ‘유엔 주도안’을 공식 거부했다. 그는 또 “유엔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만 그 성격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며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이란 위험을 감수한 만큼 전후 과실도 유엔이나 반전축(反戰軸) 국가들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반전여론을 주도해온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은 “유엔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 미국과의 갈등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 수주 경쟁 격화=이권 다툼에는 개전축(開戰軸) 국가들과 이들에 동조한 동유럽 진영이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루마니아는 소린 두카루 주미 대사가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자국 기업 리스트를 미국에 건넸다. 루마니아는 생화학무기 처리팀과 헌병 및 기뢰제거요원을 포함한 비전투원 278명을 참전시켰다.
화생방요원 69명을 쿠웨이트로 보낸 슬로바키아도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다음주 미 행정부에 전달할 예정. 확고한 친미 노선을 유지해온 불가리아도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후 복구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밖에 헝가리와 필리핀, 걸프해역에 잠수함 등을 파견한 덴마크 등도 자국 기업의 이권 챙기기에 열심이다.
미 국제개발처는 지난달 이미 이라크 복구사업 입찰제안서를 대부분 미국 기업들에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전후 복구사업인 이라크 재건에는 대략 250억∼1000억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의 제동=미 언론은 그동안 이라크전쟁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이라크 원유 수출대금으로 충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영 해병대가 남부 바스라 인근 유정 보호에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유엔개발계획(UNDP)의 마크 브라운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은 이라크 원유수입으로 전후 복구비용을 충당하거나 이라크에 대한 장기적인 정치적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경고해 걸림돌로 부상했다. 브라운 사무총장은 “제네바협약은 점령세력이 그날 그날 관리작업을 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으며 새 헌법 제정이나 장기적 결정권은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석유사업 부문은 유엔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