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종교 지도자(이맘) 사에드 압둘 가즈비니(53)는 4일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이번 전쟁이 필요악”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출생으로 1976년 후세인 정권의 탄압을 피해 쿠웨이트로 망명해 활동하고 있는 그를 쿠웨이트 시내 자택에서 만났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이슬람 종교 지도자로서 학교와 사원에서의 설교와 연설, 그리고 저술 등을 통해 이라크의 실상과 이슬람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라크 외부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과 협력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탄압이 심했는가.
“나는 1973년 24명의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후세인 정권에 의해 체포돼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후세인 정권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탄압한다. 이 정권은 이슬람의 가치를 무시한다. 정권 치하에서 3000여명의 종교인들이 살해됐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보는가.
“근본적으로 모든 전쟁에 대해 반대한다. 무고한 아이들과 국민들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서 이번 전쟁은 필요악이다. 대부분의 이라크 국민들도 이라크 국민에 대한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정권에 대한 전쟁에는 찬성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면 이라크 내부에서 반정부 세력이 봉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바스라 등 남부에서는 비정규군의 저항도 심했다. 왜 그런가.
“후세인 정권은 마을 곳곳에 군인들을 심어놓았다. 이라크 국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언제 죽음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스라에서 연합군에 저항한 사람들은 일반 주민들이 아니라 후세인의 군인들이다. 일반 주민들은 무기 소지가 철저하게 금지돼 있다.”
―미국 주도의 이번 전쟁이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은 이라크 석유를 혼자 독식했다. 미국은 상당부분 이라크 국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그게 더 낫다.”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나. 만일 갖고 있다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후세인 자체가 대량살상무기다. 그가 생화학 무기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갖고 있다면, 후세인은 최후의 순간에 자신이 살기 위해 연합군은 물론이고 이라크 국민에게도 충분히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후세인 정권이 물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라크로 돌아가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쿠웨이트=김성규특파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