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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음반]‘사랑의 서약’ 가수 한동준, 침묵 끝 8년만에 새음반

입력 | 2003-04-06 18:04:00


결혼식 축가로 자주 불리는 ‘사랑의 서약’의 가수 한동준(37·사진)이 새 음반을 냈다. 무려 8년만이다. 95년 ‘사랑의 서약’을 발표한 이래 성대 결절로 가수 생명의 위기까지 봉착했던 그다.

“노래를 못하는 가수의 아픔, 아무도 몰라요. 노래를 못하는 것은 곧 세상과의 대화의 단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음반은 또다른 ‘데뷔 음반’입니다.”

그의 성대 결절은 크게 호전됐다. 그 덕분에 2년여간 새 음반 작업에 매달릴 수 있었다.

타이틀곡 ‘시한부’는 전형적인 한동준류의 발라드다. 까칠까칠하고 살냄새나는 육성과 꾸밈없는 사운드 등. 8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음악은 바뀌지 않았다. 장식이 많은 요즘 노래에 비하면 한편으로는 ‘촌스럽다’는 느낌마저 준다.

새 음반에 대한 팬들의 평은 엇갈린다. 한동준은 최근 팬클럽 회원 10여명과 만나 음반평을 들었다. 팬들은 “변함이 없어 좋다” “시대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고 서로 다른 평을 전해주었다. 그는 “둘다 맞다”며 “그래도 1년에 한두번 들어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선율과 목소리, 그게 대중음악의 힘”이라고 말했다.

한동준은 새음반에서 8년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세상을 바꿔’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포크 사운드에 담았다. 그가 바라는 변화는 선동과 선전처럼 시끄러운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바꿔바”다.

푸른 벌판에 소풍나온 가족들의 정경을 담은 ‘푸른 정원’, 서울에서 태어난 그가 고향을 그리는 ‘내고향 삼선교’, 친구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친구들에게’ 등도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몽환적인 노래 ‘자장가’는 2000년 결혼한 최지영씨와 사이에서 낳은 딸 한효림(2)을 위한 노래다. 그는 가정을 꾸리고 나서 음악적으로 개인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사랑의 서약’로 인한 ‘축가 가수’라는 고정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 노래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하는 ‘매체’인데, 이 노래로 인해 ‘사랑 이야기’만 하는 가수로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한동준은 “94년 이후 단독 공연을 한차례도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내 고통은 공연을 못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공연을 하게 되면 성대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5월말에 ‘컴백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