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일 체코에서 제4회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기 직전 수도 프라하의 벤체슬라프 광장에 모여 ‘북한 난민을 구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북한인권시민연합
지난해 4월 중국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탈북자들이 진입한 사건 이후 ‘기획망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기획망명’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뒤에는 탈북자들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현재 탈북자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단체로는 △북한인권시민연합 △피랍탈북인권연대 △좋은 벗들 △두리하나선교회 △피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탈북난민운동본부 △탈북자동지회 등이 있다.
▼연재기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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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신음하는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국제 NGO 등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와 두리하나선교회 등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 ‘일꾼’을 두고 탈북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千琪元) 전도사는 2001년 12월 중국에서 탈북자 12명을 직접 몽골 국경으로 탈출시키려다 붙잡히는 바람에 7개월여간 중국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현지’와 20여차례씩 통화하며 탈북자들에게 피신처와 자금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달 체코 프라하에서 12개국 40개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제4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탈북자의 인권상황을 국제이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피랍탈북인권연대는 한국선교전략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충남 천안시에 ‘하늘꿈학교’를 열고 북한에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탈북자 자녀들이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활동은 결코 순조롭지 않다. 한국사회의 무관심과 편견 때문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尹玄·74) 이사장은 “국제사회는 탈북자인권 문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제일 무관심한 것 같다”며 “이념이나 체제와 상관없이 (북한 주민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재정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 후원금과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그때 그때 활동비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원에게 제대로 임금을 주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탈북자들의 처지에 비하면 자신들은 호강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북자 지원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36)은 “무엇보다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獨의사출신 인권운동가 폴러첸▼
“대규모의 ‘보트 피플 프로젝트(BPP)’를 기획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미리 공개하기 어려우나 지금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것도 그 때문이다.”
독일의 의사 출신 인권운동가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기획 망명’을 여러 차례 추진, 국제적 관심을 끈 노르베르트 폴러첸(45·사진). 요즘 또 다른 BPP 준비로 바쁘다는 그와 3일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북한이 붕괴하기 전엔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비참한 상황과 인권 유린 및 (북한 상황에 대한) 한국의 무지에 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기획 망명에 성공한 일부 탈북자는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자유를 얻지만 다른 탈북자들은 더 심한 감시에 시달리고 있는데….
“(기획 망명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훨씬 전에도 중국에선 서방 대사관 진입을 통한 탈북자들의 망명 시도가 있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국이자 세계무역기구(WTO) 회원이므로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 탈북자 문제에 압력을 느낄 것이다. 장기적으론 언론 보도가 탈북자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탈북자 문제에 관한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대해선….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이미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기독교 선교사와 인권 운동가들이다.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언제나 환영한다.”
―한국인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탈북자는 한국인의 ‘형제 자매’들이다. 한국은 그들을 진정으로 환영하고 함께 나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들의 정착을 돕는 데 충분한 자금이 한국엔 있지 않은가.”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